회사에서 전에 했던 업무는 회계감사도 받아야 하는 업무였다. 매년 상반기부터 감사받기 전까지 약 6개월가량 매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했었다. 실사받고 감사에 걸리는 것 없이 무사히 통과 되면 긴장했던 마음에서 해방이 되었다. 일에 대한 성취감은 높았지만 1년 중 6개월을 심적 불안감과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되는 일을 하기에 내일의 불안을 집까지 가지고 오기도 했다. 퇴사를 결정하고 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1년가량 쉬고 나니 다시 일을 하고 싶어졌다. 때마침 건설회사 재무팀 주임급을 찾는 공고문이 올라와 지원했고, 그동안의 경력이 인정되어 재취업에 성공했다.
작은 소규모 회사이길 바랐지만, 면접 보러 간 회사는 생각보다 컸다. 인사부장 면접만 봤었기에 이사, 상무, 부사장이 들어와 놀랬다. 면접 볼 때 긴장을 조금 했다. 면접을 함께 본 지원자들은 나이도 어리고 면접도 잘 봐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합격 문자를 받았다. 합격하고도 갈까 말까 고민했었다 회사 규모로 봐서는 해야 할 일이 많으리라는 것을 예상했기에 망설여졌다.
첫 출근을 하고 여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하는데 분위기가 낯설었다. 내성적인 성격인 데다 혼자서 했던 업무들이 주로 했었는데 이제는 동료들과 협업해야 하는 업무들이 많았다. 인수인계를 받는데 거미줄처럼 연결 연결되어 있어서 그들과 잘 지내야 했다. 되돌리기에는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건설회사다 보니 매달 재무팀에서 결재해줘야 하는 일이 산더미같이 밀려들었고, 여러 지역에 있는 지점도 많았다. 일하는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로 생각하고 한 달 두 달을 잘 채워지고 능률도 올랐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회사에서 일할 땐 일만 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여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못 했다. 사실 그들은 이 회사에 경력이 최소 5년 이상 되었기에 그 틈에 내가 끼어들 수 없었다. 그들은 일할 때도 회사 메신저에 윗사람에 대한 불만은 토로하기도 했고, 다들 입을 맞춘 듯 맞장구를 쳤다.
어느 날은 회사 출퇴근 시간보다 너무 일찍, 너무 늦게 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도 메신저상에서 나를 겨냥하듯 한 말들이 오고 갔다. 회사 일이 아직 손에 익히지 못했기도 했고, 오늘 해야 할 일은 오늘 마감을 해야 하는 성격 덕분에 30분가량 일찍 출근하고 퇴근도 30분정도 더 업무를 처리한 후 퇴근을 했다. 다음날 실수하지 않으려는 내 업무패턴이다. 나의 성실함이 그들에겐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튀지 않으려고 출퇴근 카드도 정시에 찍고 했는데 말이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일찍 온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지만, 그들에겐 윗분들에게 신임을 얻으려는 행동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불쾌한 감정이 욱하고 올라왔다. 자책도 하고 괴로워도 했다. ‘무개념 상대 안 하면 그만이지!’ 내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봐 그들의 무례함을 그저 회피하려고만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내가 받으면서도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며 지냈다.
미움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부러웠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면 자꾸 머릿속에서 생각이 나고 왜 나를 싫어할까 하는 생각에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로 신경이 쓰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한 사람이라도 공격하면 그 순간부터 정신력이 와르르 무너지고 계속 그 순간만 생각이 났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하고 너희가 뭔데 하면서도 마주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심리학자 연구에 따르면 세상 사람 중 10명을 만나면 1명은 무조건 나를 좋아하고 2명은 무조건 나를 싫어하고 7명은 내게 큰 관심이 없어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가지각색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살다 보니 뒷말 들을 수도 있다. 상처 잘 받는 성격이라 타인에게 상처 안 주고 살아야지 노력하는데 타인의 감정까지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니 힘들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 해도 그건 그 사람의 감정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남들 평가에 대한 내 마음의 원천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회사에 다니면 보통은 3년 이상을 다녔던 사람이었는데 이 회사는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들의 무례함을 참을 수 없었다. 지금은 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본 매거진 '다섯 욕망 일곱 감정 여섯 마음'은 초고클럽 멤버들과 함께 쓰는 공동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