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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오리 Oct 22. 2023

방문을 꽝 닫고 문을 잠갔다.

기다려달라는 아이, 불안한 엄마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요즘 마법에 걸린 것 같다. 무슨 말만 해도 눈을 치켜뜨고 쳐다본다.

“구몬학습은 했니?” 

“아니요!!” 아이는 늘 그렇듯 짜증 난 말투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직도 안 했어?” 한 숨이 또 나왔다.

“단어는 외웠어?”  

“......” 대답이 없다. “대답 안 할 꺼니”

“언제 시험 볼 거니?” 

“모르겠는데요!!”

“은지야!! 얼른 외워야지 자꾸 책만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하니!!” 

“큰일이다. 정말” 마음이 답답해져 왔다.

“해야 할 과제는 다 하고,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잖아!”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지 왜 안해서 자꾸 엄마가 잔소리 하게 만드니” 

속에서 차오르는 화를 참았다. 일주일 내내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아이는 듣기 싫었는지 방문을 꽝! 닫아 버렸다. 순간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방문 앞으로 달려가 방문을 두드렸다.

 화가 난 목소리는 점점 더 큰 소리로 변했다.

“윤은지!!”“윤은지!!” “문 열어!!”

“왜요?”

“문은 왜 닫아!”

 “열어 빨리!” 

“문은 왜 잠갔어?” 

방문을 꽝꽝!! 두드리며 고함을 질렸다. 

점점 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는 묵묵부답이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다음엔 절대 통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 더 불안해졌다. 마음 속엔 오로지 이겨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집안 공기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살짝만 잘 못 움직여도 깨질 듯 차가웠다.      

“엄마! 그만 좀 하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아무리 문 열라고 소리치고 두드려도 소용이 없었다. 남들 다 겪는다는 사춘기라지만 내 아이가 저럴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몇 번의 실랑이를 벌이고서야 간신히 문을 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방문 절대 닫지 말라고 했잖아!” 

“엄마 화났어! 왜 문을 꽝 닫았어? 문은 또 왜 잠그고!” 

왜 그랬는지 이유를 듣고 싶었다. 아니 그 이유는 알고 있었지만 제발 다른 답을 주길 바랬다.  

“제 맘인데요!“ 돌아오는 대답은 듣지 말았어야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성을 잃은 사자로 돌변했다.

“뭐라고?”


결국은 등짝 스매싱을 날리고, 고함을 치고 당장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고 말았다. 큰소리를 내며 점점 더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혼내는 이유를 납득시키려고 잔소리는 점점 더 길어졌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잔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했다. 인내심을 시험하듯 잘못된 행동을 할 때마다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머리 위에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고 애를 쓰며 아이의 기를 눌러야 겠다고 생각했다. 잔소리를 할 때마다 아이의 표정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해야 할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하면 될 텐데 왜 해야 할 공부를 안 해서 자꾸 같은 말을 또 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아직 나도 미성숙한 인간인가 싶다.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마음이 괴로워졌다. 생각해보면 아이는 자기가 잘못하지 않았고, 알아서 할 것인데 기다려주지 못하고 자꾸 잔소리만 하니 듣기 싫었던 게 아닐까? 아이 잘못을 자꾸 인식시키려고 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내 감정까지 넣어서 아이를 야단칠 때마다 후회가 되고, 또 상처를 줬다는 생각에 심장이 찢어질 듯 마음이 아프다. 

남편은 옆에서 지켜보다 한마디 거든다.

“그냥 내려놓아라고 했잖아! 할 때 되면 할 텐데 잔소리하니 아이랑 싸우기만 하잖아”

남편 말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 아이가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고, 삶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한 학년 올라갈수록 무언가를 빨리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불안만 낳았다.     



남들보다 더 빨리 배우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될 것 같은 불안은 ‘톡’ 건드리기만 해도 얇은 양은 냄비가 빨리 타오르듯 온도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주위에서는 학교 잘 다녀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지만 그런 마음은 들지 않는다. 남의 집 아이들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 내 자식 일이기에 욕심을 버릴 수도 없어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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