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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오리 Oct 22. 2023

참다참다

엉뚱한 곳에서 화를 낸다

아이 방 청소하다 다 못한 학습지를 발견했다. 분명 다 했다고 했는데 하지 않았다. 거짓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실망감이 밀려온다. 학교에서 다녀와 피곤하기도 하고 또 말하면 잔소리만 할 것 같아 아이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간식을 먹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는데 자꾸 딴짓한다. 

“스마트폰 내려놓고 집중해서 들으면 안 되겠니” 아이와 싸우기 싫어 상냥한 말투로 얘기했다.

“지금 집중해서 듣고 있어요!!” 아이 말투가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잔소리하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유지하며 안방에 들어와 버렸다. 또 화를 낼 것 같아 자리를 피했다. 30분쯤 흘렸을까 너무 조용한 것 같다 나가보니 인터넷 강의를 켜 놓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흥분한 나머지 고함을 질렸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니!!” 머리끝까지 화가 올라왔다.     

“엄마가 잔소리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 너는 애 자꾸 잔소리하게 만드니”

“스마트폰만 손에 들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 “폰 이리 줘 압수야!!” 

갑자기 화를 내고 있으니 아이는 황당한 표정이다. 

“왜요!! 잠깐 쉬는 시간에 한 거예요!!” 

“또 거짓말하지 잠깐 쉰 거 아니잖아!!” 

“아니에요” 

양치기 소년이 자꾸 거짓말을 해서 믿지 못하듯 아이가 거짓말을 자꾸 하니 믿지 못했다. 거짓말한 것에 화가 난 상태에서 아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고 있으니 화를 내지 않으려고 가까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폭발을 해 버렸다. 참고 참았던 감정이 쏟아져 버렸다.      

“너 왜 학습지 안 했는데 했다고 거짓말했어! 학습지 가져와 봐!”

“...” 아이는 학습지를 가져왔다. 

“이거 봐봐 안 했지! 안 했으면 안 했다고 말하면 되잖아!! 자꾸 거짓말을 하니 엄마가 너를 못 믿잖아”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안 했다고 하면 혼내니깐 그랬어요” 

“할 말이 없다!! 혼날 것을 알면서 안 했다는 게 더 나쁜 거야!! 아니니 얘기해 봐!! 엄마는 이유를 듣고 싶어!!”아이를 궁지로 몰아붙이고 소나기 퍼붓듯 쉴 틈도 없이 잔소리했다. 

“엄마한테 혼날까 봐 거짓말했다고 말했잖아요!! 뭘 더 말하라는 거예요!!”


아이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물어보는 엄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말에 나는 거 짜증이 올라왔다. “잘하지 못해 놓고 말은 참 잘한다!! 엄마가 네 친구야? 친구 아니랬지!!”

“말하라고 해서 했는데 말하면 짜증 내고, 또 말 안 하면 안 한다고 짜증 내잖아요!! 어쩌라는 거예요!!” 거짓말한 것만 말하면 되는데 자꾸 이런저런 말을 한다. 분노조절 못하는 엄마가 된 듯하다. 아이도 화가 났는지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한바탕 사건이 터지고 나면 집안 분위기는 꽁꽁 얼어붙은 시베리아 벌판이 된다. 화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다 허사로 돌아가 버렸다. 잔소리를 안 하고 싶은데 하는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머리보다 마음이 앞선다. 아이가 자꾸 반발하는 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중 나오는 행동이라는 것도 잘 안다. 사춘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점점 더 모르겠다. 정말 내버려 두는 게 답일까!! 화내지 않는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침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처음이라 내 맘이 또 어떻게 변해 갈지 알 수가 없다. 아이가 반항하고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같이 날을 세우게 된다. 그럴수록 부모는 따듯하게 언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믿음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지만, 생각처럼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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