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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오리 Oct 22. 2023

강요하지 말자

100점짜리 성적보다 마음을 ‘동’할 수 있는 흥미를 찾는게 우선

딸아이 학교에서 6월에 학부모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겼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하브루타' 교육에 관한 강의였다. 하브루타는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관심 있는 주제에 따라 짝을 짓고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토론식 대화이다. 가족들과 함께 모여 식사하며 자유롭게 일상적인 대화 주고 받는다. 가족, 친구,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진지하게 대화를 주고받고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대화가 더 깊어지면 논쟁까지 하게 되고 뇌를 생각하게 만든다. 뇌를 생각하게 하는 힘이 하브루타 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의 차이점인 것 같다.     


 내가 어릴 땐 주입식 교육만 듣고 자랐다. 선생님은 칠판에 적으며 강의했고 우리는 그것을 똑같이 적어가며 답을 외우며 시험을 봤다. 생각하며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정답이 왜 정답이냐는 질문조차 하지 않고 정답만 외워 시험을 봤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6년은 행복학교에 다니며 운동장에 뛰어놀았다. 중1은 자유학년제라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신나게 보냈다. 시험이 없어 그나마 아이들이 시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시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중2가 되면서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중2가 된 아들은 첫 시험을 봤다. 아이는 시험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 잘했으니 중학교 때도 잘할 것이라 믿었던 걸까? 시험 기간 동안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엄마인 내 눈엔 차지 않았다. 눈으로만 대충대충 보는 것이 영 걱정 되었다. 모든 과목 서술형이라 정해진 정답에서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여 답을 적어야 할 텐데 시험도 보기 전에 조바심부터 난다.      


“중간고사 시험점수는 잘 나왔니?” 90점 이상이겠지. 나름 공부해 왔던 아이라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아이의 대답은 “아니오” “왜?? 시험을 못 봤어!! 그래서 점수는 뭔데??” “나중에 성적 나오면 보세요” 의미심장한 말만 투척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뭐지? 시험은 잘 봤다고 했는데... 보기만 잘 본 건가!! 사전채점 결과가 안 좋은 모양이다. 점수를 알려주지 않는다. 소식통에 의하면 점수가 나와 아이들이 자기 점수 체크 중이라고 했다. 그럼 몇 점인지 알고 있을 텐데 왜 말을 안 하지.     

3일이 지나고 성적표를 받아서 들고 온 아들은 먼저 선수를 친다. 

“엄마가 성적표 보면 저를 혼낼 거 같아요” “왜! 잘 봤다며” 성적표를 본 순간 멈칫하며 가까이 들여다봤다.  

“야!! 네가 미쳤구나!! 아무리 100퍼센트 서술형이라지만 너무 심한 거 아니니” 상상할 수도 없는 점수였다.  

“엄마 0점도 있어요” 

“야!! 비교할 애랑 비교해라!! 너보다 더 점수 높은 애도 있잖아!!” 

“그건 그렇죠” 아이는 시험 점수가 못 나온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한 기색은 없었다. 

그런 아이를 보고 있으니 한숨만 나왔다.     


역사 시험준비에 공을 들였는데 점수가 제일 낮게 나왔다. 70점만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점수를 받을 수가 있어!!”

 “쓰면서 외우라고 했잖아!! 눈으로만 보고 어떻게 외우니!!”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보랬더니 하지 않더니 점수가 대체 이게 뭐야” 세상 무너지듯 아이를 나무라고 있었다.  본인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제일 속상할 텐데 엄마인 나는 낮게 나온 점수만 보였다. 그동안 아이가 노력한 것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1까지 시험을 본 적 없던 아이가 중2가 되면서 시험을 보려고 하니 너무 힘들어했다. 엄마가 잔소리하기 전까지는 아이는 수행평가를 왜 잘 봐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시험 잘 보려면 선생님께서 하는 수업내용 잘 듣고 오라고 말했다. 내가 배워온 사고방식대로 아이를 그대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유대인들은 학교를 보낼 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오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르는 게 있거나 의문이 생기면 선생님께 물어보라”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우리는 오로지 100점짜리 성적을 기대한다. 그걸로 아이를 평가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떠오른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스스로 오류를 찾아가며 성공에 이르면 그 가치는 더 값질 것이다. 요즘 사춘기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것이 많아진다. 더 잘 키우고 싶은 엄마 욕심 덕분에 아이들은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했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또 하기 싫어도 해야만 했다. 한 치의 오류도 용납하지 않으려고 했고, 시간을 칼 같이 지켜 가며 아이들은 휘둘렸다. 다 아이를 위한 일이 다 사회가 변하지 않으니 그 길로만 가야 한다는 오류의 샛길로 빠져 버렸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할 수가 없다. 이제 조금씩 변하려는 마음이 필요한 것을 느낀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오류의 샛길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아이에게는 마음이 '동'하게 하는 즐거움이 생길 수 있는 호기심을 나에게는 책임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는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의 사춘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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