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오겠지
전 국민이 아는 중2병!!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2병을 겪은 울 아들은 중2가 되고 별문제 없는 줄 알았던 아이가 수학학원에서 적응 못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도 안 하고 자주 화장실을 간다고 학원 선생님 전화를 받았다. 수학학원을 끊고 다른 곳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아이는 학원 다니기 싫다고 했다.
“왜 싫은데... 학원 안 다녀도 성적 유지 할 수 있겠어! 다른 친구들은 다 학원 다니잖아”
“혼자 할 수 있겠어! 엄마는 조금 걱정이 된다.” 사실 불안했다.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지금 유지하고 있던 성적이 더 떨어질까 봐 또 한 편으로는 성적이 더 오르지도 않고 있으니 학원에 다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길 때이기도 했다.
“집에서 혼자 한번 해 볼게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더는 묻지 않고 학원을 끊고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했다.
“요즘 인터넷 강의도 많다는데 한 번 들어 볼래 수업내용도 쉽고 재밌게 들을 수 있다고 하더라”
“네 한 번 들어 볼게요”
“7일 동안 무료로 한 번 들어보고 어떤지 네가 결정해서 알려줘”
아이는 하루에 2강 정도 들을 때도 있었고 4강 이상을 들을 때도 있었다.
특히 과학강의가 재밌다고 말해 주었다.
“엄마 인터넷 강의 들을게요”
"한 번 신청하면 1년은 들어야 하는데 끝까지 잘 들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해"
"한두 번 정도 듣고 그만둘 거만 약정기간이 있어 끊으려면 돈을 더 많이 내고 손해를 봐야 할 수도 있으니 정말 할 것 같으면 엄마가 신청해 줄게”
“이거라도 들어야 저도 공부를 할 것 같아요”
아이가 듣겠다고 하니 해 줘야 할 것 같았고 학원도 안 다니는데 작은 끈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흔쾌히 좋은 마음으로 신청한 것이 아니라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결재했다.
“결재했으니 당장 내일부터 어떤 선생님의 강의 들을 건지 선택해야 하니 들어보고 고민해 봐”
“네”
“잘 모르겠으면 인터넷 검색해보면 정보가 있을 거야”
“어떤 선생님이 너하고 맞는지 들어보고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네 한 번 볼게요”
“수강 신청하고 문제집도 알아서 장바구니에 담아 둬라 그럼 엄마가 결재할게”
“네”
인터넷 강의는 2년 약정으로 결재했다. 둘째도 함께 들을 수 있으니 좋았다.
둘째는 아직 학원을 한 번도 다녀 본 적이 없어 더 걱정되긴 했지만, 중1은 자유학년제라 크게 시험에 걱정이 없어 중1 여름방학 때부터 보낼 생각이었고 인터넷 강의부터 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공부를 더 하는 것도 아니지만 공부하고 싶어서 하는 아이가 아니라 1시간이라도 학원에서만이라도 공부하고 오는 것에 만족했었다. 학원을 끊고 나니 마음은 불안했지만, 중학교 시기에 스스로 학습하고 의지가 생기면 정말 공부를 해야 할 시점인 고등학교 때 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해 아이와 약속을 정해야 했다.
“상원아 강의 들을 때는 수업만 열심히 들어야 해"
"집중 안하고 스마트폰을 보는 행동은 안했으면 좋겠는데 약속 지킬 수 있지?”
“강의 듣는 동안 모르는 것을 찾아 볼 수 있으니 스마트폰은 가지고 수업 듣고 싶어요”
“설마 강의들으면서 스마트폰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네!!! 엄마 저 좀 믿어 주세요”
“너를 믿지만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믿지 못하겠는데!!”
“한가지 더 인터넷 강의 들을 때는 선생님께서 강의 한 내용을 노트에 적거나 교과서에 필기를 하면서 들어야 된다. 그래야 정리도 하고 집중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네 적으면서 들을께요”
합의 하에 약속을 하고 잘 지켜주길 바랬다. ‘스스로 해보겠다고 한 녀석이 설마 딴 짓을 하겠어!’ 믿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렸다.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 다 되어 간다. 마음은 불안했다. 당장 옆에가서 쪽지 시험이라도 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참았다. 중3이 되고부터 점점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공부하고 있지 시험 기간 얼마 안 남았네”
가끔 묻기만 했다. 관심은 주지만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다.
“인터넷 강의는 잘 듣고 있는 거지”
걱정되어 한두 마디만 했다. 더 참견하고 싶었지만, 중학교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본인 스스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 방향을 찾아가는 시간이라 생각했기에 중3 때는 아무런 방해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노력해보길 바랐다. 마음을 다스리고 기다려 주기로 맘을 먹었다. 물론 성적이 낮게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이야기하고 수행평가 점수를 더 잘 봐서 점수 관리 잘하라는 조언만 했다. 기말고사 시험공부도 노트에 정리도 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중2 때보다 평균 10점이 떨어져 버렸다. 방학 때 성적표를 들여다보곤 마음이 확 상해 버렸다. 나도 모르게 또 버럭 했다.
기다려 주기로 맘을 먹었는데 성적이 점점 낮아지는 걸 보니 또 잔소리하고 말았다.
10개월의 기다림이 뭐가 잘 못 된 걸까? 차라리 잔소리하고 옆에 붙어 앉아 같이 공부했어야 했을까? 뭐가 정답일까? 아이를 위해 기다려 줬는데 아이는 그에 따른 응답이 없으니 지금 성적이 그대로 유지 될 것만 같아 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억압하고 공부한 것 검사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내버려 두라는데 지켜보기가 기다려주기가 힘들다. 심적으로 힘들고 하루하루가 전쟁 중이다.
간섭받고, 공부하기 싫어하고, 잔소리 엄청나게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저러다 완전 손 놓을까 걱정이 된다. ‘좀 더 지켜봐 줘야겠지!’ 하면서도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다.
어서 빨리 아이도 나도 이 터널을 벗어났으면 좋겠다. 믿고 기다려주면 희망이 보이겠지 하는 맘과 더불어 앞으로 더 심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건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는 거라고 하는데 정말 믿고 기다려주는 게 정답일까? 기다리면 스스로 하는 걸 보게 될 날이 오긴 올까? 의문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