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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오리 Oct 22. 2023

딸아이의 아름다운 첫 인사

첫 생리하던 날

딸아이가 아름다운 첫인사를 맞이했다. 이제 너도 엄마와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생각이 들어 기쁘면서도 아팠다. 걱정도 잠시 미리 알려주긴 했지만 당황하고 놀란 표정이었다.

“여자가 된 걸 축하해” 

“엄마 이게 축하할 일이에요!”

 “축하할 일이지!”

 “제 마음은 이런 젠장”인데요 솔직히 생리 전에 배 아픈 게 더 싫어요. 친구들 보니 픽픽 쓰러지고 아파서 보건실 가는 것 보니깐” 어떤 말을 해 줘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딸아이 책상에 꽃을 놓아주는 것만 해줄 수 있었다. 그날은 온 가족에게 딸아이의 아름다운 첫인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남편에게는 딸아이 생리대를 주문해 달라고 했고, 아들에게는 동생을 더 잘 돌봐 줘야 한다는 당부도 했다.     

“은지야 엄마가 첫 생리를 했을 때 어땠는지 알려줄까?”

“네 알려주세요” 엄마인 나의 경험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 시절엔 정말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고 엄마가 든든하게 너의 곁에 있다는 사실도 알아줬으면 했다.     

“그때가 중2 겨울이었던 것 같아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려고 팬티를 내렸는데 까맣게 뭐가 묻어 있는 거야 엄마는 죽을병에 걸렸다고 생각이 먼저 들었지, 학교에서 성교육을 했지만, 처음엔 전혀 몰라서 너무 놀랐거든 그때 엄마가 아주 순진한 아이였거든”     

 “진짜요!! 엄마 진짜 그랬어요”

“근데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생리라는 생각을 하긴 해서 학교 성교육시간에 들은 기억이 떠오른 거야” 

화장실 다녀와서 팬티를 갈아입고 생각해 보니 그럴 거라는 짐작이 들었었다.

“한참을 고민 끝에 할머니께 얘기했지, 팬티에 까맣게 묻어서 나왔다고” 생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지 ‘정말 죽을병이면 어떡하지’ 죽기 싫었거든 “할머니는 대뜸 이제 “어른이 된 거다”라고 하셨고 그날 저녁에 고모할머니가 약국에 가셔서 까만 봉지 가득 담긴 봉투를 선물이라며 주셨는데 그게 생리대였어”

“엄마가 좀 늦은 편이었기도 했고, 성교육을 받았지만 잘 몰랐었어.”

“엄마 어릴 땐 집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는 알려주시지는 않았지!” 때 되면 다 하는 거로 생각하고 알려주지도 않고 그냥 스스로 경험을 통해 알아갔었다.     


“엄마가 생리대 사용 방법 알려줬지! 기억나?”

 “다시 알려줄게” 

“네”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엄마가 예전에도 말했었지"

"내 몸을 소중히 다루고 잘 관찰해야 한다.” 

아이가 생리가 될 시기쯤 되었을 때 미리 생리대 사용 방법과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미리 생리대도 챙겨 가방에 넣고 다니게 했었다.     

“밤에 잘 때도 많이 불편할 거야 침대 시트나 이불에 피가 묻기도 할 거야"

"그때는 엄마가 알아서 다 처리해 줄 테니 불편하겠지만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해 알았지!”

“대신 학교에서는 조금 신경 써야 할 필요는 있어"

"생리대를 하고 있지만 생리혈이 샐 수 있는 경우도 발생하거든 그러니 쉬는 시간마다 자주 화장실 가서 갈아주는 게 좋을 거야” 뒤처리하는 부분까지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 불편해 쉬는 시간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겠네요"

"배가 너무 아파요” 

“그렇지만 생리대를 자주 갈아주지 않으면 특히 여름철에는 냄새도 나고 세균번식으로 피부병이 생길 수도 있어 그러니 많이 불편하더라도 적응하게 되면 요령이 생길 거야” 

한숨을 쉬는 아이에게 생리의 단점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여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자연의 순리 앞에 아이는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생리가 시작되고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생리가 불규칙해서 언제 생리가 터질지 예측할 수 없을 거야 엄마는 이 부분이 더 걱정이 많이 된다.”

 “그럼 어떻게 해요"

"학교 수업 시간에 생리하면 어떻게 해요?” 눈을 땡그랗게 뜨고 겁에 질린 눈으로 쳐다본다.

“얼른 선생님께 얘기하고 생리대를 챙겨서 화장실로 가는 방법이 있어! 아니면 보건실로 가면 보건 선생님께서 챙겨주실 거야” 잘할 거라고 아이에게 말했지만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친구들이 보게 되어 수치심을 느껴 힘들어질까 봐 걱정이 많이 되어 더 주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 배가 너무 아프면 친구들은 약을 먹더라고요 그럼 저도 먹어도 돼요?”

“너무 심하면 진통제를 먹어야 하지 지금은 어느 정도 아프니, 아픔이 10이라고 치면 배에 통증이 어느 정도야? ” “한 7정도 아니 6 정도 아픈 거 같아요” “참을 수 있으면 참아보자 진통제를 자꾸 먹게 되면 내성이 생기기도 하니깐 어느 정도 선에서 네가 참아 낼 수 있는지 견뎌 내 보자” 

“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배 아픈 이 덜 하니 쑥뜸 돌을 데워서 배 위에 올려보자 엄마도 생리할 때 돌 올려놓으면 아프다고 느껴지는 강도가 좀 덜해졌어.”

“엄마가 나 배 아프다고 하면 돌 올려주셨잖아요 그때 배가 덜 아프긴 했어요”

 “그치”

“생리 전에 엄마는 두통 같은 것은 없지만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기도 하고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되기도 해 너도 그럴 수 있어!” 생리 시작 전 이유 없이 불안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이유 없이 짜증 나고 감정 기복이 심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그런 현상은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주었다.     


사람마다 몸의 모양이 다르고 성장하는 시기가 다르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그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하기 싫은 부분도 있지만 성장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청소년기 여자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성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어릴 때 성교육을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내 아이에게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잘 설명해 주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티브이나 유튜브를 통해 음지에서 먼저 성을 배우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요즘에 혹시나 호기심에 찾아볼까 봐 겁도 난다. 잘못된 매체를 통해서 잘못된 정보를 안전장치 없이 얻게 되면 그게 나쁜 기억이나 잘못된 이해로 남을 수 있으므로 더 걱정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엄마나 아빠에게 물어보라고는 했지만 물어볼지도 의문이다. 학교에서도 성교육을 하지만 성폭력이나 성희롱, 도덕적 성에 관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실제적인 사례나 경험을 통한 성교육은 이루어지지 않는 듯했다.  


2년 전쯤 발생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이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로 아이들과 뉴스에서 ‘성’ 관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또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성 인식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하며 아이들의 생각도 함께 공유하며 상대방이나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기르고 성을 연결 짓고, 청소년기 아이들이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성’에 대한 인식을 단순히 개방적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일상에서 평범한 한 부분으로 여겨지도록 알려줘야 한다. 학교에서도 신체접촉이 안 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표현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지 판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성교육을 통해 10대 미혼모와 에이즈 등 성병 방지 같은 사후 처리 교육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교사도 학생의 성 고민 들어주는 법을 배우고 가정에서도 청소년 시기의 성 인식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피임 방법’ 정도로 알려주는 데에서 국한되지 않고 ‘가르치는 성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 아이들과 함께 전문성교육 선생님을 통해 토론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청소년의 성을 무작정 억압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신체적 현상을 억압적으로 만드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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