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아이 선택
평준화 지역 고등학교 선택을 어디로 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이가 성적이 1등급 상위권이면 생각할 것 없이 공부 분위기가 좋고 경쟁이 심한 곳에 보내도 아이는 욕심이 있어 분명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끼어 있는 아이다 보니 내신성적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못 하는 것도 없는 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걱정만 자꾸 쌓여간다.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라면 어디가 내어놓아도 걱정이 없을 터인데 내 아이는 아니라는 것을 중학교 내내 성적이 말해 주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이 지나면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1지망 2지망을 어디에 넣느냐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다. 눈치 게임에서 얼마큼 잘해야 하는 순간이다. 수시로 대학교에 가야 하기에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어느 학교든 아이가 공부를 안 하면 내신 받기는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학교 분위기도 잘 살펴보지 않을 수 없어 더 고민이다.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아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집에서 가깝고 경쟁이 덜한 공립고를 선택하느냐? 집에서 멀고 경쟁이 심한 사립고를 선택하느냐가 문제다. 평준화 지역이라 지망하는 학교에 지원하더라고 안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연도 아이들은 200명 정도 아이들이 같은 경남권에서도 다른 지역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눈치싸움을 얼마나 해야 할지도 안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원하지 않았던 학교에 배정이 될 수도 있다. 내신을 잘 받아서 수시로 원하는 대학에 가는데 좀 더 유리했으면 좋겠다. 선택에 기로 앞에 서서 아이가 고민하는 것보다 엄마인 내가 고민이 더 많아진다. 정작 아이는 사립고를 선택하고 싶어 했지만, 사립고에 가면 내신성적 받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아이를 설득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보내고 있는 지인들의 말들은 똑같았다. ‘수시로 학교를 가야 하니 내신 잘 받아 등급을 올려야 된다’ 그러니 내신 잘 나오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런 말을 듣고 아이의 선택을 지지해 줄 수 있을까? 지금은 가서 열심히 하겠다고는 하지만 실천을 할지도 의문이다.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의 성격을 알기에 더 고민이 된다. 어떤 학교를 보내든 약간의 아쉬움과 후회는 어쩔수없는 것 같다. 만약 사립고에 보내서 힘들게 공부하고 내신성적이 안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 또 한편으로는 일반고를 보내 공부를 더 안하게 될까봐 그것 또한 걱정이다. 둘 다를 해결해 줄 방법은 아이에게 달려 있다는 것도 안다. 사립고에서 치열하게 노력한 아이들의 3년과 자유롭고 부담적게 3년를 보낸 아이들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은 다시 조급함이 밀려들어온다. 세상에 태어나서 아직 경험을 하지 않은 현실앞에서 아이의 경쟁자는 전국아이들이라는 것이 아이에게 느껴질리는 없다. 나도 열일곱때 그랬으니깐
사립고 보낸 지인은 잔소리를 안 해도 아이가 스스로 경각심을 느끼고 공부하고 노는 걸 좋아해서 공부를 많이 안 했었는데 주위 친구들을 보고 느끼는 게 많아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되니 좋다고 한다. 아이가 피곤해하고 좀 힘들어하는 것이 안타까운 정도라고 한다.
또 같은 사립고를 보낸 지인은 체력적으로 힘들고 과제며 수행평가도 힘들고 내신등급은 아무리 공부해도 잘하는 아이를 따라서 갈 수가 없다고 후회한다. 매일 걱정에 짜증에 아이와 마주할 때마다 본인은 더 힘들다고 한다. 일반고를 보낸 지인들도 장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학교 분위기 때문에 공부를 덜 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기는 한데 좀 더 학구열이 있는 학교로 보냈더라면 공부를 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서 분위기나 규율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또 다른 지인은 일반고에서는 수행평가도 자료 찾는 것이나 PPT 완성본 등을 잘 도와주고 공부 분위기는 아니지만 조금만 잘해도 모범생처럼 느껴져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자존감이 확 오르지만, 수능 준비는 안 된다고 한다.
3년을 보내야 하는 학교이기도 하고, 내신등급도 잘 받아야 원하는 목표에 대학에 원하는 과를 선택할 폭이 넓어지기에 아이도 고민은 하는 눈치다. 또한 친한 친구들과도 같은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는 듯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도 잘 알지만, 내신을 생각하면 섣불리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 고민이 많아진다. 공부를 잘하면 어디 가든 잘할 텐데 말이다. 어중간하게 끼어 있는 아이라 결론은 내지 못하고 눈치싸움을 해야 한다.
어느 학교에 갔어도 미련과 후회가 생길 것 같다는 결론이다. 내신과 학교 분위기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주위 환경에 영향을 잘 받는 아이라 둘 다 다 장단점이 있을 테고 선택 후에는 최선을 다하는 학교생활로 그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으면 좋겠다. 정답이 없는 문제라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가 남을 것 같다. 함께 고민하는 밤이 깊어져만 간다. 좋든 싫든 본인 선택이니 아이한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