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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오리 Oct 22. 2023

느리게 가길 바랐지만, 현실은 빨리 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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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한 살배기 아이가 유모차를 타고 앉아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을 맞추며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 아기만 보면 좋아요” 아기만 보면 웃는다며 한마디씩 한다.

“응 엄마는 아기들 보면 너무 예쁘네! 너희들 키울 때도 예뻤는데 지금 느낌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아” 아기를 키울 때는 몰랐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 시절엔 하루하루 아이를 키우며 힘들었고, 처음이다 보니 서툴렀다. “너희들이 아기 때 예쁘고 사랑스럽기도 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아 그 시간이 그 하루가 빨리 흘러 너희들이 얼른 컸으면 했어.”

“저희가 그렇게 힘들게 했어요?” “저는 아니죠? 오빠가 힘들게 했죠?”

“엄마가 너무 힘들었거든 혼자서 16시간을 견뎌야 했어.” 종일 집안에서 너희들하고만 있어야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엄마도 그때는 너희를 얼른 키우고 온전히 엄마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거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부모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아이들에겐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보니 늘 걱정을 안고 살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백일까지만 잘 버티면 위험한 시기 지나고 스스로 클 힘이 생긴다고 백일잔치를 했다. 불안불안하고 처음이었던 신생아 시절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그 시절이 지나가면 얼른 목을 가눠라. 뒤집어라. 걷기만 하자 기저귀 떼자 놀이터에서 큰애들에게 치이지 않게 뛸 만큼만 커라. ‘이제 엄마가 뒤꽁무니 안 따라다닐 수 있는 초등학생이 되자!’ 나도 좀 편해지자 말하기 무섭게 한글 떼야 했고, 구구단 떼야 했다. 학원 마스터반에 들어가면 또 한 학년을 빨리 마스터하고 다른 단계까지 얼른 배워 잘하길 바랐다. 중학교 사춘기 힘들다고 하니 그 깊은 터널도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 중3을 지나고 보니 후회가 되기도 한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아이에게 상처 준 것만 생각난다. 사춘기도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는 것인데 왜 온통 잔소리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필요한 시기일 텐데 엄마도 아이에게 주는 관심을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주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엄마 본인의 마음을 신경 쓸 여력도 없이 빨리빨리 내 마음 챙김을 할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늙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학원 다니는 아이가 버스 타고 오는 것이 힘들까 봐 종일 회사에서 시달려도 학원 앞까지 가서 아이들 수업 마칠 때까지 기다려 데려오고 집에 오면 또다시 살림을 챙겨야 했다. 늘 초점은 아이들에게 맞춰서 살고 있다. 가족이 늘 먼저인 나를 보고 있었다. 조금씩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내 아이는 성공한 리더가 될꺼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생각들이 학교 성적이 나오고 아이의 실력이 드러날 때마다 왜 그렇게 종종거리며 더 많이 더 빨리 배우게 하려고 조바심을 냈는지 후회가 된다. 인생 허무하기도 하고 열정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실제적 경험을 하다 보니 시간은 늘 똑같이 흐르고 있었는데 엄마인 내 마음만 빠르게 흐렸다는 것을 지나고 보니 알게 되는... 자식 뒷바라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것을 빨리 알아챘어야 했다. 엄마도 몰입할 수 있는 무엇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사랑하기도 바쁜 시간에 후회하기 전에 더 사랑하기를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제 삶을 반복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세월이 너무 빠르고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싶지만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될 때다 많다. 사춘기가 오고 애정 표현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을 겪어내다 보니 엄마의 애정 표현을 받아줄 때 더 많이 해줄 걸 하는 후회로 남는다. 엄마도 아이를 키우면서 고군분투하며 노력하면서 성장하고, 그러다가 아이가 훌쩍 커버리고 엄마 손이 아주 필요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럴 때 서운해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다짐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내 아이를 끼고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고 아쉽다. 하루하루는 고되고 힘들지라도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행복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시험 한 번에 불타올랐다 초연해졌다 하는데 앞으로의 세상이 기대된다. 입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고 해도 타지로 아이를 떠나보내고 나면 또 걱정이 산더미 같이 쌓이겠지. 지금 마흔의 나이에 인생의 전환점이 오는 듯하다.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가고 사람은 살아가는 게 아니고 죽어가는 거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나 자신을 위해 투자도 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여행도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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