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하는 입이 힘들어 했다

시(詩)

by 구시안


사랑한다고 말하는 입이 힘들어 했다 - 구시안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에서는 나오질 않고 있었다

목젓을 맴돌다 마는

그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뱉는 것이

어려워 혀를 감추고

목소리를 버렸다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말해주고 싶었던

소심한 나의 작은 마음은

그렇게 늘 차가운 얼음처럼 얼어버렸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입이 힘들어 했다

차갑게 얼어 붙은

두꺼운 자물쇠가 걸린 입을 열기 위해

따뜻한 물을 붓고

용기를 더해

온기를 더해

입김을 불어 넣어 보지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입이 힘들어 했다

벙어리처럼 말 못하는

이 말은

좀처럼 세상밖으로 나오길 싫어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입이 힘들어 했다
말은 짧았지만
그 말을 꺼내기까지
내 마음은 몇 번이나
작게 부서졌다

말 하나에
누군가를 잃을까 두렵고
말 하나에
누군가와 가까워질까 떨리고
그 두 감정 사이에서
내 입술은 오래도록
머뭇거리다

굳게 다물어 버렸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이 나를 드러낼까
두려웠다
내가 가진 가장 연약한 부분을
누군가 앞에 내놓는 일은
언제나 고백보다
용기가 더 많이 들었으니까



사랑한다고 말하는 입이 힘들어 했다

수없이 말하고도
한 번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누군가 떠난 뒤에서야
내 입 안에서 맴돌던 말들이
얼마나 무거운 비늘처럼
나를 짓누르고 있었는지
비로소 알았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입이
힘들었던 건
그 말이 누군가에게 닿기 전에
먼저 나를 흔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흔들림이 두려웠지만
그 흔들림이 있었기에
내 마음은 누군가를 향해
온전히 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입은 여전히 힘들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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