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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주의자의 용기

세계를 미화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의 선택

by 구시안


비관주의자는 세상을 어둡게 본다는 이유로 자주 오해받는다.

마치 그들이 희망을 거부하고, 삶을 부정하며, 모든 가능성 앞에서 먼저 고개를 젓는 사람들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진짜 비관주의는 단순한 체념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미화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며, 거짓된 낙관 앞에서 눈을 감지 않겠다는 태도다. 비관주의자의 용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비관주의자는 너무 많은 것을 본 사람이다.

인간의 선의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제도가 얼마나 무심하게 개인을 소모하는지, 사랑과 정의라는 말이 얼마나 자주 현실과 어긋나는지. 그는 환상을 유지하기에는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해져 버렸다. 랭보가 말했듯, 감각의 무질서 속에서 시야를 얻은 사람은 이전의 순진함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낙관은 종종 폭력적이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고통의 현재를 지워버린다. 비관주의자는 그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아직 괜찮아지지 않은 세계 앞에서,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다. 모두가 희망을 외치며 떠날 때, 폐허에 남아 사물의 실체를 기록한다. 그것은 도망치지 않는 태도이며, 가장 고독한 형태의 용기다.



비관주의자의 시선은 냉소와 다르다.

냉소는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지만, 비관은 상처를 감수한 인식이다.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삶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대가 무너진 이후에도 삶을 계속하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한다.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공허가 아니라, 더 정확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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