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운명이건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

운명 앞에서도 나를 버리지 않기 위해

by 구시안

우리는 종종 “운명”이라는 단어 앞에서 자신을 축소한다.

이미 정해진 길이 있는 것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처럼, 삶의 굴곡을 하나의 판결문처럼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설득한다. 그러나 어떤 운명이건,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일은 타협되어서는 안 되는 가장 근원적인 태도다.



삶은 늘 설명되지 않은 채로 우리 앞에 놓인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이유를 찾는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살지 못하는지. 하지만 질문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점점 더 자신을 피고석에 앉힌다. 그리고 판결은 늘 가혹하다. 스스로에게 가장 냉정한 판사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운명은 우리가 태어날 때 받은 조건일 수 있다.

가정, 시대, 몸, 성격, 우연한 사건들. 하지만 조건은 구조이지 평가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불운한 조건을 곧 자신의 무가치함으로 오해한다. 가난했기 때문에,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기 때문에 자신은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은 성취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 그 자체에서 발생한다. 심리학적으로도 자기 존중감은 성공의 결과가 아니라, 실패를 견디는 힘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은 성공해서 당당한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도 스스로를 버리지 않기에 강하다. 운명이 거칠수록,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는 더 절실해진다. 그것은 운명에 대한 반항이 아니라, 운명에 대한 가장 깊은 이해다.



그 지점에서 자기 존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가 된다.

기분이 좋아서 나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무너졌을 때에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태도. 운명이 나를 몰아세울수록, 세상이 내 가치를 재단하려 들수록, 나는 적어도 나 자신만큼은 나를 적으로 삼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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