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 : 풍자
2022.3.18 일기
가장 더러운 거리에서도 봄은 각종 신호로 자신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동네의 보일러 굴뚝에서는 하얀 입김이 멈췄고, 아스팔트 사이마다 싹을 틔우는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어떤 필터도 통과하는 새로운 독가스처럼, 구태의연한 은유는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사람들은 여전히 봄을 기적이라고 부를지는 모르지만, 재개발의 물결은 여전히 드세게 밀어닥치고 있어서. 쇠퇴한 빈민가는 그 모습을 바꾸기 시작하고 있었다. 범했던 모든 것들이 초록으로 바뀌어 가며 그 모습을 새롭게 태어나려 애쓰고 있었다.
자주 보기가 힘든 참새 몇 마리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아침. 온화해진 공기에 깃털을 비벼 대며 전깃줄에 매달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는지 한 자리에 오래도 머물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는 즐거움이라고 했던가.
왜 나에게는 그런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지를 생각해 보는 밤이다.
머리라는 공장에서는 원자폭탄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세상의 확성기에서는 거짓말이 줄줄이 사탕처럼 흘러나오며,
달은 모양을 바꿔 가며 여전히 아름답게 떠 있는 밤이다.
책과 담배는 나의 힘처럼 곁에 있다.
새로운 책들이 택배로 도착했음을 확인하고는, 그 비밀들을 하나씩 뜯어낸다.
이 정도면 꽤 비싼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의 소비는 점점 책과 담배, 그리고 먹는 것으로만 수렴해 간다.
옷은 모두 검정뿐이라 새것인지 헌 것인지 구분도 되지 않고,
있는 것을 입고 있으니 그 또한 상관없는 일이 되었다.
지난 십육 년 동안. 책에 쓴 지출을 돌아보면 제법 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지도 않다.
그만큼의 지식과 이해를 얻었으니, 수지타산은 어느 정도 맞는 셈이라
스스로를 설득하다가 이내 생각을 접는다.
정기 간행물을 끊고 신문을 끊은 지도 십 년이 넘었다.
보통 사람이 담배에 쓰는 돈이
인도의 한 농부가 생계 전체에 쓰는 비용보다 많다는 사실은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중독이라는 것이 때로는 위로가 된다는
얄팍한 변명을 하나 걸어 두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배를 피운다.
그 연기가 혹여 봄의 싱그러움을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잠시 생각해 보지만,
끝내 미안해하지는 않는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