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글바글한 주말 아침, 기억과 커피 사이에서
파리를 방문했을 때, 석류 더미 앞에 서서 좀처럼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서진 벽돌처럼 마른 바닥의 흙을 잠시 문대다가, 관광을 온 중국인들의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잠시 들을 때쯤, 불러 두었던 택시가 도착했다.
버려진 집터처럼 황량한 기분.
이것이 파리를 처음 접했을 때 처음 느낀 감정이라면 사람들은 이해할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잘못 돌아다녔다가는, 이상한 코마 상태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돌아다니며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바글바글한 사람들 속에서는 무언가를 할 수가 없었다.
낭만의 도시, 파리.
이상하게도 머릿속에는 역사가 된 것처럼 ‘전쟁’이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걷다 스러져 이름 없는 봉분이 된 영혼들이 이 벽돌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다면, 나는 지금 유령 도시에 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바게트를 꼭 먹어보리라 다짐했다. 대신 아주 작은 빵가게에서, 사람이 줄 서지 않는 곳에서 사 먹으리라 했다. 그 작은 소망마저 바글바글한 사람들로 가득한 파리에서는 힘든 일이었다.
어딜 가든 줄을 서야 했고, 밤이면 흉물스럽게 번쩍거리던 에펠탑 아래는 사진을 찍으려는 수많은 사람들로 낮과 밤이 가득 차 있었다. 어렵게 줄을 서서 산 바게트 하나는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돌덩이를 씹는 것처럼 침만 넘어갔고, 그제야 점점 휴가고 나발이고, 파리라는 도시의 운행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알파카를 실제로 보고 싶어 찾아간 농장. 이렇게 설렜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귀엽다고 여기는 동물이라 기대가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이 나이에 알파카의 인형도 갖고 있다. 마침 오랜만에 강원도로 향하는 길이기도 했다. 눈이 내렸고 길은 험했지만, 알파카와 어울릴 생각에 마음은 들떠 있었다.
홍천으로 가는 길은 아름다운 설원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알파카 농장에서, 귀여운 알파카들의 가느다란 목 위에 놓인 얼굴을 보았을 때의 기쁨이란, 너무 귀여워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이상하게도 잘 웃지 않는 입에서는 계속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먹이를 줘 보라며 농장 주인이 건네준 먹이가 든 플라스틱 통을 들고 울타리로 갔을 때.
알파카는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내게 침을 뱉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