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다'라는 게 좋아서
자각(自覺).
나에게로 돌아온 시간.
나는 오늘도 나 자신을 바라본다. 정확히 말하면, 나 자신을 바라본다는 행위조차도 일종의 허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허상을 붙들고 있는 나를 자각한다. 나의 자각은 언제나 늦게 찾아온다. 밤의 깊이를 헤아리며 깨어 있는 눈으로 나 자신을 마주할 때, 나는 이미 수많은 하루를 지나쳐 왔고, 지나쳐 온 시간들 속에서 무수한 생각과 감정들이 나를 스쳐갔음을 깨닫는다. 그것을 솔직히 기록하기 위해 일기나 메모 혹은 글이라는 것으로 밤의 언어라는 영역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내가 진정으로 느끼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혹은 단순히 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반복적 관성에 불과했는지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에게 그 혼란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이 혼란도 재미처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풀어내며 사는 게 나에게는 글이라는 것이 되었다. 제법. 오래전부터.
자각이란, 결국 나 자신을 잃어버린 후에야 비로소 찾아오는 잔혹한 선물이다. 어쩌면 이 잔혹한 선물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를 일이며, 그 형태에 대해 이야기를 굳이 내가 살아온 나이로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나를 매일 기록하게 된 것이다.
나는 나의 마음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허상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그 혼돈 속에서도 나는 나 자신에게 말을 건다.
“너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그러나 나에게 돌아오는 답은 언제나 나 자신을 재촉하는 질문일 뿐이었다.
나는 그 질문 앞에서 멈춰 서고, 마치 끝없이 펼쳐진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자처럼, 나의 존재를 탐색한다. 누가 보면 "대단한 철학자 나셨네"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이렇게 사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그래서 남들도 글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인간이고 사람이며 호모사피엔스다.
나이 사십이 넘어가니 좋아하고 사랑했던 철학과 심리는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책장을 비웠으며, 사는 건 그저 한 사람의 서사와 여정이든 주제가 다르거나 비슷한 소설처럼 느껴졌기에. 차라리 솔직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비명 하나 제대로 못 지르고 산다는 게 사람이겠는가.
솔직하게 글 하나가 쓴다는 이유로 작가라는 타이틀이 주어진다고 하여
그것이 제법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내게 작가라는 이름은 어렵고 무색하다.
자각이란 단순히 자신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지 못하는 깊이까지 자신을 직면하는 행위라는 것을.
이미 사람이라면.
성인이라면.
살아온 연륜이 어느 정도 흘렀다면.
혹은 환경이 다른 서사와 서로 살아온 이야기가 다르다는 이유에.
그런 거지 같은 편견에
나이가 무색하게 마음이 늙은 사람이라면.
그 서사에 글이라는 것을 써보며
마음을 추스른 적이 있다면.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것이다.
최소한 한 줄이라도
자신의 일기장에 눈물 자국 하나 정도 찍어보고
자신의 마음을 진실로 써봤던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 직면 속에서 우리는 지독한 고독과 마주한다. 이 고독이라는 건 영원한 저주 같아서 아무리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어도 매일 밤 찾아오는 것이 된다. 우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이 고독을 견뎌내며, 스스로를 판단하고, 용서하며, 다시 묻는다. 이 질문은 세상사람들이 구독하는 칠천만 질문이 될까 싶다. 혹은 더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는 넓으니까.
“나는 누구인가?” 지겹지도 않은가.
시간이 지나도, 타인도 내가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는다.
그저 나는 나일 뿐, 어쩔 수 없는 나다.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며 살아간다면,
그만큼 슬픈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이 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서른 다섯 때였다.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다.
다만, 질문을 던지고 자각을 반복하는 그 과정 속에서, 아주 미세하게 변화한다. 변화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작은 진동이지만, 그것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숨결정도는 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 자신을 자각하기로 했다.
나를 표현할 한 단어가 있다면 무엇일까를 나로 돌아오는 시간에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자각이었다. 늘 그래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의 생각과 감정,
나의 허영과 절망,
나의 웃음과 눈물 모두를 마주하며,
나는 나 자신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물론, 미친 사람이 아닌 이상, 그 미소는 결코 단순한 기쁨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존재가 여전히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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