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

도시에 심어진 나무

by 구시안

살아가며 원했던 것은 너무나 적었는데 그마저도 주어지지 않은 날도 있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한 줌의 평온과 햇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괴로워하지 않기로 한 날들.

주먹을 불끈 쥐고 그 평온과 햇살을 가지리라 했던 결심.

타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기로 살기에 여염하던 그 어느 날부터 동정심이나 서툰 친절은 철저하게 구겨버려 눈물을 흘리고 있는 듯한 지하철 쓰레기통에 쳐박아버렸다. 그리고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의 한가운데서 단추를 풀기 귀찮다는 이유로 검정색 티셔츠만 입고 다녔다. 부질없는 꿈과 가능성 없는 희망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 마치 사람들의 인내심을 담고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도 된 모양처럼. 서로의 심장 소리가 부끄러워 그 소리마저 고양이 발걸음처럼 느껴지고 있을 뿐이었다.




일종의 기도라도 드려볼까.

아.

나는 종교가 없지.


뭉크의 절규 정도는 아니니 그냥 창밖이나 보며 가자 하며, 스쳐 가는 도시의 빛과 그림자들을 따라다니는 두 눈동자는 졸려 하고 있었다. 겨울이라는 것은 앙증맞아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데, 가슴의 용광로는 왜 이렇게 사계절 내내 뜨거운 건지. 불안이라는 것은 점점 커져만 가는 것이었다가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어디론가 숨어버리기도 했다.





미묘한 표정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투의 작은 특징도 알아차릴 만큼. 눈만으로도 타자기를 쳐대며 자신의 상태를 쳐내고 있는 대화법이 서로에게 생기며 눈치 싸움이 시작되는 회의실의 공기는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사계절 혓바닥이 달아오를 만큼의 뜨거운 차를 마시는 대표의 얼굴도 그렇게 매일 붉게 우려지고 있었다. 저 사람에게도 아직 꿈이라는 것이 존재는 할까. 이 정도에도 만족을 못 하는 것을 보면 뭐가 더 있긴 있나 보다. 얼굴 근육이 춤을 추는 회의실은 늘 재미없는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모두의 눈에서 동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마치 이 삶에서 해방되게 해 달라고 바라는 글귀가 머리 위에 떠오르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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