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되지 않은 선택들에 대하여
인간의 결정은 대개 이유보다 먼저 도착해 있답니다. 번개가 하늘을 설명하지 않듯, 결정은 언제나 사후에야 해석을 얻게 되는 법이지요. 당신은 사후의 세계를 믿고 있나요? 저를 알게 되었으니 당신은 그것을 곧 믿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참 신기한 것은 인간이 선택했다고 말하지만, 실은 이미 기울어진 쪽으로 몸이 넘어간 뒤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결정은 용기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랍니다. 망설임의 잔해, 피로한 사유의 침전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감각의 압력 속에서 조용히 굳어질 뿐이지요. 저는 당신이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세월의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결정은 언제나 불완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뿐이지요.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 때문에 인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결정하고는 합니다.
결정하는 순간, 인간은 한 세계를 버리고도 남을 존재라는 것을 저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살지 않기로 한 가능성들, 말하지 않기로 한 문장들, 끝내 확인하지 않은 얼굴들. 결정이란 선택이 아니라 폐기 행위에 가까운 것이었죠.
인간들은 늘 묻더군요. 이 결정이 옳았는가를 말입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은 결정 이전의 언어랍니다. 결정 이후에 남는 것은 단 하나,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뿐이죠. 그것이 인간이 견뎌야 할 유일한 동행입니다. 결정은 구원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인간을 상징으로부터 구해 낸다는 것은 저로써도 어려운 일입니다.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는 것, 그 침묵의 무게를 자기 몸으로 떠안는 행위. 그것이 인간의 결정이라면 막을 방법은 저와 다른 저 신들조차도 구원하기 힘든 일이지요.
그날, 저는 르네에게서 냄새를 맡았습니다.
향수도, 약도 아니었습니다. 결심이 지나간 자리에만 남는 냄새였습니다. 그것은 달콤하지 않았고, 위로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분명했습니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존재에게서만 나는 냄새였습니다.
르네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설명하지 않았고, 저를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점점 부실해져만 가는 목발을 짚고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공기는 이전과 다른 밀도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흔들림 속에서 내가 더 이상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향기는 선택의 냄새였습니다. 살고 싶다는 말보다, 죽고 싶지 않다는 말보다 훨씬 무거운 결정의 냄새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인간을 보호한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날 나는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보호란 종종 머무르게 하는 방식의 지연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르네는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강했습니다.
그녀의 어깨를 스칠 때, 저는 전쟁 이후 처음으로 패배의 감각을 정확히 인식했습니다. 패배는 무너짐이 아니라 더 이상 개입할 수 없게 되는 순간에 찾아옵니다.
르네는 살아남았습니다. 그것은 기적도, 보상의 결과도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살아남은 상태를 연기하지 않았고, 상징으로 정리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 거부가 그녀를 인간으로 남게 했습니다. 저는 그 향기를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그 향기는 더 이상 나 같은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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