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폭력

웃으라는 명령에 대한 불복종

by 구시안

긍정은 패배자의 미덕이다.
정확히 말하면, 패배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발명된 언어다.
사람들은 지고 있으면서도
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잘 될 거야”라는 주문을 외운다.


이 주문은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
다만 상황을 견디는 인간을 더 오래 써먹을 뿐이다.

긍정적인 사람은 늘 칭찬받는다.
이 말의 뜻은 간단하다.
귀찮지 않다는 뜻이다.
불평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왜 이런 구조가 유지되는지 묻지 않는다.


긍정은 미덕이 아니라
사회가 선호하는 성격 유형이다.


“생각하기 나름이야.”
이 말은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생각을 시작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긍정은
질문을 죄로 만든다.
묻는 사람은 부정적이고,
따지는 사람은 미성숙하며,
화를 내는 사람은 인격에 문제가 있다.


긍정은 개인에게 모든 빚을 떠넘긴다.

망한 건 네 태도 탓이고,
버거운 건 네 마음이 약해서며,
계속 힘든 건 네가 성장하지 않아서다.
이렇게 말해주면
구조는 결백해지고,
시스템은 무고해진다.


긍정은 가장 값싼 면죄부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오래 버틴다.
그리고 오래 망가진다.
그들은 무너질 자격조차 얻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래도 잘 해내고 있잖아”라는 말이
이미 관 속에 못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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