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부터 꿈꾸어진 비
소리로부터 꿈꾸어진 비가 내릴 것이다.
잠시 멈춤들 속에 떨어질 비를 예감한다.
불어오는 바람에서
느껴지는 습기에서
밤이 몰고 온 긍정 뒤에
또 다른 모든 긍정들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인 뒤에 느껴지는
예감이 그러하다.
숨을 내쉬며 하는
긍정과 부정놀이에서
비를 꿈으로부터 더 이상 가려낼 수 없다.
들을 수 있을 것들을 기억한다.
어떠한 신호들.
스쳐간 말들.
기억이 내뱉는 그림자까지.
확실치 않는
다 듣지 못한 기억까지도.
내쉬는 호흡 속에
섞여 들어오는 긍정을 몰아내는 밤.
깊숙이
삼켜낸다.
진실은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라며.
어구들과 문단들이 소리 없이
페이지들 가까이 움직임으로 다가가 맞춰지고
단어들이 배설되고
침묵은 이어지고 침묵 또한 자신을 비운다.
예술의 역할이라는 것.
내가 느끼는 바를 타인들도 느끼게 하는 것.
개별성을 제공하여 이를 통해 타인들이 스스로
해방되도록 하는 것.
내가 느끼는 것의 진정한 실체는
절대로 전달될 수 없고
내가 느끼는 느낌이 심오할수록
소통은 더욱 불가능해진다는
사실만을 알게 되는 중이다.
추상적인 것은
독자의 집중력을 유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념을 구체적으로 풀어보는 간단한 예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유로 인해 삶에 관한 모호한
슬픔과 마음을 어지럽고 불안하게
만드는 근심을 나눌 필요는 없으니까.
감정을 그것에 가깝고
딱 맞는 글로 옮기려 할 때
글이 내 심정에 더 적절하게 들어맞을수록
나 개인의 고유 한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글로써 다른 이들과 소통할 수 없다면
차라리 쓰지 말고
그냥 혼자 느끼는 편이 더 쉽고 합당할 것이나
여전히 내면에 또 다른 나는 소통을 원한다고.
예술이라는 것을 하고 싶어 죽겠다고 말한다.
나의 테마로 들어가는 열쇠를 얻었으나
현실에서 나는 막고
저 반대편의 나는 열려고 하니 문제일까.
그저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단
나의 잃어버린 어린 시절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그 시절이 분해 투정을 부리는
반대편의 나에게 작은 위로를 보내줄 뿐이다.
가끔
아무런 권리도 의무도 없었고
아직 생각하고 느낄 줄 몰라
그저 자유롭던 시절의 행복을 떠올릴 뿐이다.
유치하고 자발적인
욕구를 다 챙기며 살다가는
터질 것만 같아서.
누군가에게 맞춰줄 필요 없는
삶을 여전히 그리고 있기에.
지금의 나는 실존하고 인정해 주는 것도
게을리할 수가 없어서.
어쩌면 이도 저도 아닌 이상적인 언어가 아닌
비릿한 향만 내는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밤.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음절이 결합된 결인 단어들만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의 미묘하고
내밀한 움직임을
그저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것처럼.
여전히 개인적이고
소통 불가능한 진실만으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맺어가면서도
무엇을 원하여 글을 쓰는지.
잘 제본되기 위한
알맹이를 만드는 이유에서 인지
아니면,
한풀이나 속풀이 정도인지.
내 안의 모든 애정은 정말 원하는 것을 말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으로만 발생할 뿐.
그래도 진실하다며
때를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불현듯 황당하게도 타당한 감정을 느꼈음에도
섬광이 스치듯 나는 아무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방향도 없이
끝도 없이
공허하게 추락하는 중이다.
검은 소용돌이. 허공을 감싸고 원을 그리는 거대한 현기증을 느끼면서. 텅 빈 구멍을 둘러싼 무한한 바다로 처박히면서. 흐르기보다는 돌고 있는 지구에 떠 있는 이 세상에서 보고 들은 모든 이미지들의 겉모습을 보면서.밤이면 틀어 놓는 음악고 목소리의 음절들이 바닥 모를 불길한 소용돌이를 만들며 둥둥 떠다닌다.
밑 줄이 쳐져 있는 책의 어느 페이지가 바람에 휘말려 가고, 상자 안에 접어 놓은 편지들과 메모들이 들썩거리다가, 심연의 기하학만 존재하는 중심에서 나는 무(無)라고 외쳐보지만, 여전히 너무나 많은 것들이 가득찬 수비게 날라가 버릴 종이 상자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이 모든 혼란 속에 있는 나를 보살펴 줄 사람은 오로지 나 자신이라고 외치며, 오로지 이 회전이 있기 위해 내가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모든 것의 중심이라며. 물리적인 공간의 시체가 되어 바람 속에 음침하게 표류하는 모든 세상의 끝일뿐이다.
이미 죽어버린 우주의 울부짖는 광기를
사람들은 매일 밤 듣지를 못하기에
이 모든 것이 유일한 현실이자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늘도 자음과 모음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괜찮아질 거라면서.
더 좋아질 거라고.
거짓말과 허구를 사용하여
그런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쇠뇌하는 글들을 토해내고 있다.
꾸며내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라며.
언제나 아름다운 미소와 의미
심장한 시선을 대할 때면
누군가는 반드시 미소 짓고
선한 눈빛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원하든
원하지 않는 보편적인 인류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서
사람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 노래들은
잘도 만들어 내는 모든 것이 역겨울 뿐이다.
누구도
타인에게든
나 자신에게든
자신의 정체를 폭로한 불길한 불빛은
그 위에 있는 하늘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