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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Feb 10. 2022

도서관과 병원의 사회

- 모들책방칼럼 : 통합의료인문학강의


앞으로 사회(세계)의 모든 조직과 기관은 "병원형 기관"과 "도서관형 기관"으로 재편되어 그 두 유형의 기관, 또는 두 유형의 복합기관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북반구 나라 대부분의 사회에서 인간은 병원에서 태어나서 병원에서 돌아간다. 그 사이(일생)에도 점점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병원(+요양원)에 머무는 시간(입원)이 늘어난다. 오늘날 '정신과 병원'도 사람들이 점점 많이, 자주 방문하는 '일상적 공간'으로 자리매김되어 가는바, 이는 '정신이상'만이 아니라, 정신적 치유와 케어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일상화되는 경향을 반증한다. 


그런가 하면 오늘날 도서관은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그 기능도 성장-성숙하는 중이다. 단순히 책을 읽거나 빌려주는 데에 머물지 않고 각종 강좌를 개설-운영하거나 지역밀착형 문화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서관은 학생이나 '독서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부모들의 교양 강화 공간이자, 고령화사회의 '신 주류'가 되고 있는 노인들이 '추레한 늙은이'로 전락하지 않고 '품위(?) 있는 노후'를 보내는 공간으로도 자리매김되고 있다.  


오랫동안 최고 학부로서 권력(?)을 구가해 온 대학은 어떤가? "벛꽃 피는 순서로 문닫는다"는 오래된 전설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상대적으로 더(?) 호황기를 누리는 수도권, 혹은 sky조차 변신을 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학 역시 "도서관형 기관"으로 수렴해 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뚜렷한 '사양세'를 면치 못하는 종교 역시 한편으로 '병원형 기능', 한편으로 '도서관형 기능'을 장착하여 패러다임 전환을 하는 중이고, 그에 발맞추지 못하면, 소멸로 수렴되고 말 것이다. 


최근 모시는사람들에서 나온 <통합의료인문학 강의>는 대학 초년생을 대상으로 '의료인문학'을 강의하는 교재로 개발된 책이다. 아직은 교양 정규 과정으로 '의료인문학'이 편성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대학 1학년 교양으로 국어, 역사를 배우는 것처럼, '의료인문학'이 "교양필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예고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30년 이상 더 살아가야 할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으면 좋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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