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개벽 제5호(2021, 겨울호) - 편집후기
눈 밝은 독자들은 느끼겠지만, <<다시개벽>> 각 호의 필진 중 절반을 여성 필자가 맡는 것이 편집 목표 중의 하나이다. 이번 제5호 겨울호까지는 그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으나 아직까지 아쉬운 바도 적지 않다. 이러한 염원을 품은 까닭은 평소 동학한다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보면 대부분이 아저씨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해월 최시형의 비전(vision)과 어긋난다. 그는 앞으로 동학하는 사람 중에 여성이 많이 나온다고 보았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하늘은 모든 생명을 창조하는 원천이다. 모든 인간은 여성의 몸에서 태어난다. 따라서 여성이 하늘이고 동학의 근본은 여성의 길이다(<<해월신사법설>> <부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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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호의 기획 주제를 “동학, 어떻게 할 것인가 (1)”이라고 하였다. “(1)”을 붙인 이유는 다음 제6호의 기획 주제가 “동학, 어떻게 할 것인가 (2)”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1)과 (2)의 내용은 어떻게 다를 것인가? 이번 겨울호의 (1)에서는 동학을 통한 서구중심주의 극복의 가능성과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다음 봄호의 (2)에서는 동학 자체가 어느 만큼 급진적인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얼마만큼 보편적인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지 타진해 볼 것이다.
이러한 짜임새는 매년 겨울호에서 서구중심적 사고방식의 극복을 모색하고 매년 봄호에서 자생적이고 창조적인 사유를 모색한다는 창간 당시의 기획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1)에서 서구중심주의 극복을 동학의 관점으로 모색한 까닭은 무엇인가? 역사사회학의 측면에서: 지금까지 세계사 또는 인류 문명사를 설명하는 주요 모델은 서구적 역사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구적 근대성을 유일하고 절대적인 문명화의 기준으로 삼고, 그 기준으로부터 얼마나 가깝거나 먼지에 따라 중심부와 반주변부와 주변부를 차등적으로 나누어왔다. 그러나 동학은 그 서구 중심적 모델에 균열을 일으킨다.
수양학의 측면에서: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와 그것의 토대가 되는 서구 근대문명은 인간의 물질적 욕망과 과학적 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영성적 수양의 영역을 도외시한 결과로 오늘날 삶의 공허함과 정신의 황폐함 같은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이에 서구 근대문명이 놓친 영성과 수양의 전통을 서구 바깥의 자생적 문화 속에서 재발견하려는 흐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동학은 그 흐름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가 된다.
이번 호부터는 지역 사회에서 자생적으로 공부 공동체를 꾸려나가시는 씨알들의 목소리가 담기는 꼭지 ‹다시뿌리다›를 마련하였다. 동학을 공부하는 여러 지역 사회의 시민 공동체에 <<다시개벽>>의 매 호마다 원고를 청탁 드릴 예정이다. 이번에는 제5호의 주제와 관련된 글을 부탁드렸다.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풀기 위한 갈망이 있을 것이다. 인문학 공부에 시민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것 또한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구의 인문학을 공부해도 자신의 갈증이 풀리지 않기에 그와는 다른 사유를 찾아보기도 한다. 각 지역의 시민 공동체는 그러한 의미에서 중요한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어떻게 동학과 같은 한국 사상과 마주치게 되었는지, 그것에 매력을 느끼는 까닭은 무엇인지, 그것이 현재와 미래의 새로운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등을 자유로운 형식과 자유로운 내용으로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이 앞으로도 꾸준하게 발화하기를 바란다. (홍박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