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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an 24. 2018

종교 안에서 종교를 넘어-4

불자와 그리스도인이 만나는 자리....

이전 글 ; 종교 안에서 종교를 넘어-3 https://brunch.co.kr/@sichunju/146


4. 깨달음을 말하는 기독교, 구원을 말하는 불교 

일반적으로 기독교는 구원을 위하여 헌신하고 기도하는 ‘타력종교’이고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자력종교’라고 말하지만, 기독교에도 자력적인 요소가 있고, 불교에도 타력적인 요소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개재해 있다. 


현실사회에서 신앙하는 사람이나 목회자들, 나아가 종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이원론적인 시각으로 종교를 예단함으로써 종교(인)는 타락하고, 구원이든 깨달음이든 종교(인)가 추구하는 목표의 달성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마련이다. 


불교에서의 타력적 요소는 대승불교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타력의 요소가 법신불이나 보신불 사상으로 가면서, 법신은 편만하여 일체처와 일체시처에 항상 있다는 신앙으로 발전했어요. 이는 신의 상주성이나 편만성 같은 개념과 거의 같은 것이죠. 더군다나 정토신앙·관음신앙·약사신앙 등 대승불교는 거의 다 타력적입니다. 그런 유형의 불자들은 항상 부처님의 가피를 원하는 기도를 합니다. 절에 다니는 이유도 사실은 거의 이러한 타력신앙과 기복에 있습니다. 80퍼센트 이상의 불자들은 자력으로 성불하려는 목적보다는 타력신앙에 의지해 가피를 입어서 공부도 잘하고, 깨달음도 얻고, 그러면서 현세적인 이익도 얻으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자력과 타력을 구분해서 불교가 자력신앙이라고만 말하는 건 거의 맞지 않아요(종교 안에서 종교를 넘어, 146쪽)


기독교에서는 인간과 신의 자리와 정체성을 엄격히 구분하는 될 수 없는 반면, 불교에서는 인간은 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초월자(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불교와 기독교이 결정적인 차이로 말하지만, 이 또한 상대적인 구분일 따름이다. 기독교에서도 ‘나(인간)’ 안에 이미 와 있는 하느님 나라를 이야기하고, 불교에서도 구원과 해탕을 ‘기원’하는 염불신앙(정토신앙)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부처의 눈에는 부처, 돼지의 눈에는 돼지”를 말한 무학대사의 말처럼, 기독교와 불교는 타자 속에서 자아의 진면목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야 “참”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종교간 대화'가 '서로의 닮은 점 찾아가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서로 닮은 구석이 있어야만 대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 닮아가기를 추구하는 것이 대화의 목적도 아니기 때문이다. 


불자와 그리스도인이 보는 산이 같은 산인지 다른 산인지는 실증적으로 알 수도 규명할 수도 없는 문제다. 분명한 것은 같은 산이든 다른 산이든 그곳으로 가는 길이 다르고, 각각의 길이 구원을 향해 있고, 그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고유한 방식으로 구원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모든 구원의 경험들을 아우르는 공통의 궁극적 구원이 있는지는, 유한한 인간으로서는 희망할 수는 있지만 입증할 수는 없다.

종교적 가르침과 삶의 방식에서도 붓다의 길과 예수의 길은 매우 다르다. 하지만 길이 다르다고 해서 불자와 그리스도인이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아니 오히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만날 수 있고 만날 필요가 있고 배울 것도 더 많다. 본디 새로운 것은 남에게서 배우는 법이다.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이 서로 만나 대화하면 각자의 길과 그 길이 향하는 산에 대해 더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종교 안에서 종교를 넘어, 182쪽)


시를 분석하는 것이 의미가 없듯이, 종교를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드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종교 안에서 성령 충만을 기도하고 기원하며 종교를 믿는 사람의 삶에는 그러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맹목적 신앙”의 위험성을 넘어서서 그 종교를 “즐기는 데까지” 이른 사람이라면, 종교의 경계는 그 또한 무의미한 ‘인위’에 불과한 것이 된다. 


“종교 안에서 종교를 넘어”서라는 제목이 지시하는 바는 바로 그것이다. 



* 이 글은 새 책 <종교 안에서 종교를 넘어>를 찾아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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