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공부 13
-초복에 부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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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하는 사람들 집[道家]에서는
네 발 달린 '악육(四足之惡肉)'을 먹지 않습니다."
[동경대전, 수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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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인들이 이 '사족지악육'을 '개고기'로 알고,
먹지 않는 건, 동학시대부터인 듯합니다[원로들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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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자주의에 갇히지 않고 말하자면,
'악육'이라야 '악육'이고,
악육이면, 무엇이든 다 악육입니다.
개고기라서 먹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육의 조건과 방식이 도저히
'사람 먹을 음식'을 기르는 것이 못된다면, 악육입니다.
먹지 않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대운동'을 하는 것이 정의롭습니다.
--다만, 내 편견[개고기=악육 / 개=가족]을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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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 시대에, 돌이켜보면, 끔찍한 사육을 거치는 것은
개고기만이 아니라, 끔찍한 사육을 거친 닭고기
항생제 투성이의 소고기, 또 그러한 돼지고기... 등등
끝이 없다는 겁니다.
육식만이 그러한 것도 아닙니다.
농산물이 우리 밥상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은혜와 더불어, 얼마나 많은 '악행'이 깃들어 있는지...
그것이, '거대도시' 중심의 생활양식을 일구어온
현대의 우리가 짊어진 업보입니다.
[cf. "소농은 혁명이다"(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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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식천의 이법으로, '선육'은 무엇이든
먹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개'도 '닭'도 한울이라는 마음으로,
모시는 마음, 기화하는 마음으로 ..
그러나, 우리 시대에 밥 한 그릇 속에는
지금, 은혜[해달별이슬]와 악행[악육]이 공존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적어도, 순수한 선육은 없습니다.
"참된 지혜와 용기는 밥 한 그릇의 이치를 아는 데 있습니다!"
[萬事知 食一碗]
오늘의 '만사지 식일완'은 오늘 우리 밥상의 밥 한그릇 속에
은혜와 악행이 공존함을 만사지해야만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악육인 줄 알면서도 먹어가며
피안으로 향해 나아가는 고난의 행군 중입니다.
내가 오늘 저지른 악행, 내가 먹은 악육을 돌이켜 보고
나날이 말과 행동, 먹는 것까지 줄여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는 사이, 세상의 악육과 악식과 악행을
소제탁기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 일입니다.
"개고기 식용 반대!"를 존중합니다!
그러나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도 반대합니다!
이 일 또한 눈앞의 호/불호로 편가르기 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비등고의 자세로 나아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