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영 전집>(전6권)의 구성과 내용
이번에 총6권으로 간행되는 오기영 전집은 오기영이 생전에 간행했던 <민족의 비원>, <자유조국을 위하여> <사슬이 풀린 뒤> <삼면불> 등 네 종 이외에 동아일보 평양특파원 시절 취재보도한 신문기사를 주로 한 제5권 <3면 기자의 취재-일제강점기 기사>와 칼럼류 등을 묶은 <류경(=평양)8년-일제강점기 칼럼>을 추가하였다. 또 해방공간에서의 취재기 및 칼럼을 묶은 <삼면불>은 이번 전집 간행에 즈음하여 새로 발굴한 기사를 다수 증보하여 개정판으로 간행하였다.
제1권 - 사슬이 풀린 뒤 / 제2권 <민족의 비원> / 제3권 <자유조국을 위하여>
제1권 <사슬이 풀린 뒤>는 앞에서 살펴본 대로 오기영이 자신과 가족들의 투쟁-수난사를 회고기로 엮었다. 본문 외에 역사학자 강만길, 서중석의 추천사, 오기영의 막내딸(오경애)의 회고담, 편찬위원회의 간행사, 전집 간행을 추진했던 외손녀(김민형)의 <할아버지 흔적 톺아보기>외에 <동전 오기영 연보>와 <전집 편찬 기본 원칙> 등이 수록됐다.
제2권 <민족의 비원>은 1945년 12월부터 1947년 5월까지 잡지와 신문 등에 기고한 23편의 정치·사회평론을 모은 평론집이다. 이 글들은 해방의 감격도 잠시 “모두 정치가가 되어 버리고 마는 통에… 산업진을 지키는 이가 없었”던 현실 속에서, 오기영이 언론계에 복귀하는 대신 “황폐해진 생산 부문의 재건을 위하여 일졸오(一卒伍)”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경성전기주식회사에 몸담은 이래로 쓴 글들이다. 그는 “자주적 경제 건설과 생산, 인민의 민생 문제 등”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겪은 바를 토대로 현하 조선의 최대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문제라는 점을 피력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해방의 당연한 귀결점으로 인식되었던 통일독립의 꿈이 급속히 좌절되”면서 “조국을 재건한다는 미증유의 호기가 다시금 민족자멸의 위기로” 변해가고 있었던 당대 현실을 타개해 보려는 심정을 피를 토하듯이 밝히고 있다.
제3권 <자유조국을 위하여>는 1947년 5월부터 1948년 6월까지 잡지, 신문 등에 투고한 28편의 정치·사회평론을 모은 평론집이다. <민족의 비원> 후속편이라 할 이 책이 포괄하는 시대상은 미소공동위원회의 재개와 좌절, 유엔 감독 하의 남북한 총선거 결정,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내한, 남북협상, 5·10선거 등으로 조선의 운명을 좌우하는 역사적인 사건들이 격변을 거듭하며 숨가쁘게 진행된 시기였다. 다시 말해 “이 1년 중에 우리 민족의 두상(頭上)에는 실로 심상(尋常)치 아니한 명암과 희비가 교차(交叉)하였다. 희망인 듯 실망에 빠지고 실망 끝에 다시 희망의 줄을 잡기도 하였”던 시기이다. 무엇보다 오기영으로서는 형님과 매부 죽음으로, 그리고 그를 포함한 가족들이 민족과 함께 고난을 거듭하며 일구어 온 통일독립국가의 꿈이 남북분단이라는 민족적 위기상황에 내몰리던 시대상황을 “자멸의 참화가 목전에” 닥친 상황으로 진단하면서, 때론 슬픔으로, 때론 분노와 두려움 속에 조망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오기영이 자유주의자로서 중정(中正)의 태도로서 위기를 극복하는 길을 제시하는 입장이 주로 제시되었다.
제4권 <삼면불> / 제5권 <3면 기자의 취재-일제강점기 기사> / 제6권 <류경8년-일제강점기 칼럼>
제4권 <삼면불>은 1946년 7월부터 1948년 8월까지 집필한 41편의 짧은 글들을 모은 시사수필집이다. 그 대부분은 <신천지>의 권두언과 <조선일보>의 팔면봉 시리즈에 투고, 연재되었던 것으로 당시 오기영의 주 관심사였던 경제와 민생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오기영은 당대의 정치 문제를 다루는 글에서조차 그 문제의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민생 문제와 연결시켰다. 또 한편으로 오기영은 조선의 ‘통일독립’의 결정적인 시기를 맞아, 주로 중도적 민족주의의 관점에서 좌우 정치 세력 모두를 비판하는 한편, 그들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정책적 제안을 하거나, 민족적 현실을 일깨우기에 애썼다. 그의 글들은 여전히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또 유사(類似) 이데올로기 갈등이라 할 ‘남남갈등’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살아 있는 귀감이 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번에 새로 간행된 <삼면불>에는 해방공간에서 초간된 책의 내용 이외에 미처 단행본에 담지 못한 그 이후의 기고문을 포함하여 증보하였다.
제5권 <3면 기자의 취재-일제강점기 기사>와 제6권 <류경 8년-일제강점기 칼럼>은 1928년부터 시작된 오기영의 기자 생활 시기에 취재 보도한 각종 취재 기사(5권)와 칼럼(6권)을 모았다. 이는 일종의 ‘유고집’이다.
제5권 <3면 기자의 취재-일제강점기 기사>의 취재기들은 주로 평양을 중심으로, 또 대공황 전야인 1928년에 시작해서 일제가 식민지 조선 사회를 전시 동원체제로 개편해 나가는 1930년대 후반에 이르는 시기에 작성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평양은 당시 조선 제2의 상공업도시이자, 독립운동가의 재판 및 구금이 다수 이루어진 신의주를 관할하는 지역이기도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사들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서선(西鮮)과 북선(北線)의 경제와 민생, 일제치하의 교육문화정책, 농촌현황 일제의 식민지 착취와 억압이 발현되는 구체적 양상과 그것이 조선인 사회를 어떻게 변모시켜 가는지를 치밀하게 조사 보도하고, 조선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제시하여 민족사회 여론을 환기, 계몽시켜 나갔다.
제6권 <류경8년-일제강점기 칼럼>의 칼럼 및 기획 취재기들은 평양 특파원으로 지낸 8년 동안 쓴 것으로, 평양 및 인근 지역의 역사적 환경, 정치·사회적 분위기와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기독교의 도시라 할 평양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한편, 오기영이 체류하던 시기에 극성기를 이루던 고무공장 노동자파업 등 사회주의자들과 연결된 노동운동, 소작농들의 투쟁 등 농민운동, 수리조합 반대운동 등을 세세히 소개한다. 특히 모든 사건과 인물을 취재 외에 관찰기, 인물평, 시평, 여행기, 현안에 대한 개선책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상번회와 상공협회, 고무직공 파업, 면옥쟁의, 근우회 등 평양의 사회단체와 그 활동 관련 기사와 칼럼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지역사회의 현안을 취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참여관찰자 입장에서 사안의 핵심과 문제점을 짚고 나름대로 개선책을 제안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가 그를 단지 젊은 사회면 신문기자에 머물지 않고 나름의 공신력을 가지고 평양 사회의 지도자들과 교류할 수 있게 해주었을 것이다. 또 6권 말미에 부록으로 이 전집의 숨은 주역들 중의 한 사람인 오기영의 형 오기만 관련 자료와 오기옥의 유일한 기고문, 오기영의 기고문 총목록 등을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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