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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06. 2020

기독교와 개벽: 하늘신학을 향하여

- <<개벽의 징후 2020>> 중에서 

코로나19 사태에 즈음하여,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변곡점을 맞이한 것은 종교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도 1인 자영업자에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2008년 금융위기나 IMF 때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견지에서 보면 2차세계 대전, 1929년 전후의 세계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좀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자아성찰, 정체성의 재조정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 종교계이다.


첫 번째는 이른바 신천지(新天地) 교단으로 인해 국내의 코로나19 확진사 확산이 파국의 국면으로 치달았던 사건 때문이다. 그에 부수되는 여러 개 교회나 한때 기세등등하던 '태극기부대 내의 일부 기독교 세력'의 준동 등으로 인하여, 기독교와 그 이단 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반은은 '냉담'을 넘어 '분노'와 '적대감'을 드러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기독교계에서는 '신천지'에 대해서 기왕에 가져왔던 '이단시'하는 입장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면서, 이번 기회에 '신천지'의 발흥을 차단하는 계기로 삼으려고까지 하였다(현재 진행형). 그러나, 신천지의 행태가 이례적이기는 하였지만, 많은 시민들은 기존의 근본주의적인 기독교(회) 세력들(부분)과 신천지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이러한 '이단' 또는 '(준)이단' 기독교인/기독교회들의 비이성정 '행태'와 별개로, 개신교나 천주교단이 '예배'나 '미사'를 중단 내지 '온라인화'하지 않을 수 없던 사태에 즈음한 기독교계의 충격이다. 기독교회에서는 발빠르게 '온라인 예배/미사'나 '드라이브 스루 예배/미사' 그리고 '사회적 거리'를 준수하는 가운데 예배/미사 드리기라는 문화를 도입하였지만, 예컨대 천주교의 경우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성당에서의 미사를 중단하는 사태에 대한 충격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정책적 전환을 하게 되면서, 조심스러운 가운데 예배/미사가 재개되고 있지만, 예배/미사를 ''중단''(해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주는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고, 이것은 두고두고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세 번째는 양면성을 갖는데, 코로나19 사태에 즈음하여 종교계가 실질적으로 무기력했다는 측면과 전국민(시민)들이 겪는 고통과 심리적 불안정에 대하여 종교적 치유(기도)의 필요성이 증대되었다는 측면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앞선 '두 번째'와도 결합하여, "코로나19 이후" 종교의 위상과 종교의 지형 모두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에 즈음하여 종교(계)에 밀어닥친 파도의 결과로, 기왕에 대세로 굳어지고 있던 우리 사회의 "탈종교화" 추세와 결합하여, 우리 사회에서 종교(계)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그에 대한 시민사회나 국가(정부)의 시각과 정책, 반응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라질 것을 예상하게 한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인간의 종교적 심성의 외현화[종교현상]는, 인간이 생존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 거대한 주류적 종교행태를 이루고 있는 '교단종교' '제도종교'의 형식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재 상황을 보면, 일찍부터 기독교 - 불교의 소통을 실천적으로 모색해온 손원영 목사(교수)의 "기독교와 개벽"이라는 워딩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손원영 교수는 일찍이 '풍류신학'을 주창하신 유동식 교수의 제자이기도 한데, 스승의 신학적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 이를 "하늘신학"으로 정립해 가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손원영 목사는 이 하늘신학이 '제3의 풍류도'로써,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동학과 기독교'의 '상호협력'을 통한 '신서학'의 모색이라고 말한다. 이야말로 "개벽의 징후"라고 호명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할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남북 분단의 시대를 넘어 통일한국이란 큰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남북한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한국인Diaspora Korean 모두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민족적 영성’이 필요한 때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을 ‘제3의 풍류도’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화랑 풍류도와 동학 풍류도를 계승하면서도 앞서 언급한 서구의 개벽사상인 기독교와 융합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것을 ‘하늘 풍류도’라고 부른다. 그것은 과거 상호 배타적이었던 동학과 서학이 이제는 개벽이란 공통의 목표 아래, 또 같은 ‘하나님天’ 신앙 위에서 서로 협력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탐구는 새 시대를 위한 개벽학으로서 조선 말의 서학과 대비되는 ‘신서학新西學’이요, 하늘 풍류도를 해명하는 ‘하늘신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손원영, <기독교와 개벽: 하늘신학을 향하여>, <<개벽의 징후 2020>>, 89쪽


손원영 목사는 소속 대학으로부터 부당한 해직을 당한 후 오랜 '복직 투쟁' 끝에 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 구성원들의 터무니 없는 '수용 거부' 태도 때문에 여전히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손원영 목사의 소속 대학이 속한 기독교 교단이 보여주는 행태는 오늘날 '기독교단'이 놓여 있는 자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손원영 목사가 당초 '해직 처분'을 받게 된 것은 그의 '열린 종교 활동' '간(間)-종교 행위' 때문이었다. 오늘날 그 '열린 종교 활동'이나 '간(間)-종교 행위'는 가장 선진적이고 지속가능한 종교(인)의 행태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손원영 목사는 '종교의 최전선'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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