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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Dec 10. 2020

해월이 웃네

UBO  Photo  essay no.09

해월이  
지목을 피하여
가는 골짜기 마을마다
동학은 새로이 싹을 틔웠네
그러나 해월이 꼰대였겠는가
만나는 사람마다
동학을 말하고
우리 대선생의 도가
이러하다거니
아니면 저러하다거니  
떠벌였겠는가
그저
해월은  
땅에 뿌리내리고
사람에 스며들어
그 속에서 한울을 보고
한울을 찾아
뵙고,
뵈었으니
모시고
모시기에 여념이 없는
모시는 사람이었네

바다로
가는 강물
흐르는 구름
이는 바람
우는 새
흔들리는 억새
마다마다
일하시는 한울을 보고
모시느라
쉴 틈이 없는 해월이
그 없는 틈 사이에
틈을 내고 길을 찾아
주경주경**
멀리멀리*
내달려서
가는 동안에
틈틈이
꽃이 피었네
삼백예순 날
삼백예순 송이
꽂마다 비가 내렸네

소리 때맞추어
비로소
어제는 어느 고을짝에서
야독야독** 주문을
헤아리다 날을 새우고
오늘은 높이 날아
고비고비* 씨를
뿌리고 내일은 또
노을이
노을빛으로 지는
강가에서
비로소
한울님!
스승님!
불러
보네
보따리
풀어 놓고
우네
꺼이
꺼이
울며
늙은 어머니 계신 둥지로
날아가는
까마귀
보며
웃네


*高飛遠走 : 수운이 해월에게 내린 가르침 

**晝耕夜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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