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이 지목을 피하여 가는 골짜기 마을마다 동학은 새로이 싹을 틔웠네 그러나 해월이 꼰대였겠는가 만나는 사람마다 동학을 말하고 우리 대선생의 도가 이러하다거니 아니면 저러하다거니 떠벌였겠는가 그저 해월은 땅에 뿌리내리고 사람에 스며들어 그 속에서 한울을 보고 한울을 찾아 뵙고, 뵈었으니 모시고 모시기에 여념이 없는 모시는 사람이었네
바다로 가는 강물 흐르는 구름 이는 바람 우는 새 흔들리는 억새 마다마다 일하시는 한울을 보고 모시느라 쉴 틈이 없는 해월이 그 없는 틈 사이에 틈을 내고 길을 찾아 주경주경** 멀리멀리* 내달려서 가는 동안에 틈틈이 꽃이 피었네 삼백예순 날 삼백예순 송이 꽂마다 비가 내렸네 비 소리 때맞추어 비로소 어제는 어느 고을짝에서 야독야독** 주문을 헤아리다 날을 새우고 오늘은 높이 날아 고비고비* 씨를 뿌리고 내일은 또 노을이 노을빛으로 지는 강가에서 비로소 한울님! 스승님! 불러 보네 보따리 풀어 놓고 우네 꺼이 꺼이 울며 늙은 어머니 계신 둥지로 날아가는 까마귀 보며 웃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