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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Dec 23. 2020

지구인문학과 동학

[개벽통문-176] 원불교사상연구원 월례발표를 참관하고

[개벽통문-176] 오늘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회 238차 월례발표회 3편의 발표 중 마지막 발표는 "지구인문학"에 관하여 조성환, 허남진 두 박사님이 공동발표를 하였다. 지구인문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그것의 동학+원불교적 지평에서의 해석, 그리고 서양철학/생태주의 흐름에서의 지구인문학적 요소의 발달 과정에 대해 일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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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서 동학+원불교가 150여 년 전에 이미 지구인문학적인 사고의 틀을 보여주었다는 것, 서양에서도 이에 못지 않은 '지구인문학'적인 사상 조류가 최소한 100여 년 전에 이미 나타나고 있음을 비교고찰하여, 알기 쉽게 해설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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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짚어야 할 것은, 이 점이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점인데, 지구인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기본적인 물음이 여전히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는, 이 부문에 관한 한 '지구인문학의 형성기' '지구인문학의 창조기'라는 점이 다시 한번 논의되었다.(우리는 "지구인문학"에 관한 한, '창세기'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창세기'란 곧 다른 어떤 것의 '종말기'와 통하기도 한다.) 이 물음에 대하여 "지구인문학이란 "인류의 문제가 한 지역이나 국가 혹은 국가+국가 단위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가 되고, 이것을 해결하는 차원 역시 전 지구적 단위로밖에 사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바로 지구화의 시대이고, 이 지구화의 시대에 대응하는 학문이 바로 지구인문학"이라는 발표자들의 정의가 '지구인문학'이라는 생소한, 지금 막 만들어지고 있는 '학문'의 현재와 미래를 잘 말해 주었다. [지구인문학에 관해서는 내년 3월에 최초의 전면적인, 국제 학술대회가 원불교사상연구원 주최로 개최된다. 이 시기 이후에 지구인문학은 좀더  본격적인 흐름을 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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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해 보면, 현재의 세계 문제가 "인간중심주의---성장중심주의---나(개인, 우리, 국가)중심주의"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문제의식하에서, 지구화란 "지구-생명 중심---생활, 공동체, 영성(성숙) 중심---우리(인간+동식물+지구전체) 중심"이라는 사고 방식으로 우리의 존재(생존) 이해, 생활 방식, 생명 확장의 개벽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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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비교하며 고찰할 수 있는 개념이 '세계화'이다. 김영삼 정부 때 김영삼 대통령이 '세계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마도) 우리나라 누구도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여, 나라가 온통 우왕좌왕하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알고 보니, 그 말을 전한 김영삼 대통령 본인조차도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있었고, 국내의 학자들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 설레발을 치던 모습을, 지금 돌이켜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없는 것은 그런 와중에 결국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 체제로 돌입하면서, 세계화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뼈저리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버려 가면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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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세계화란 다름 아니라, 서구 자본주의 세력의 침략적 기조에 다름아니었고, 그것은 19세기-20세기 초중엽까지의 제국주의적 서세동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러한 의미의 세계화는 현재도 여전히, 그 위상과 형상, 그리고 양상을 달리하며 전 지구촌을 풍미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서 '한류 세계화'의 주체로서, 세계화의 대상-식민지임을 벗어났다는 자부심과 자긍심, K-방역으로서 (어떤 점에서는) 세계 일등 국가의 면모를 띠게 되었다는 '국뽕스런'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지만, 한꺼풀만 벗겨 보면, 우리는 심각한 '세계화-식민지'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혼의 식민지화'라는 말이다. 우리 사회를, 우리 의식을, 우리 삶의 방식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서구적, 서구 지향적, (서구)근대 지향적 양식, 법식, 의식 들이니 말이다.(개인주의, 물질주의-과학주의, 성장주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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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란 한편으로 '반 세계화'를 의미한다. '반 세계화'란 '지역화'와 연결되며, 세계화가 '물질주의-반 생명주의'라는 측면에 대하여 지구화는 '생명주의-영성주의'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동학은 이런 점에서 최초의 '지구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학을 '서세동점'에 대한 '천도동학'이라고 할 때 서세동점을 세계화의 다른 이름이요, 천도동학이라고 하는 것은 지구적 차원(천도)와 지역적 차원(동학)의 통일을 지향하면서, 경천(지구적 영성)-경인(공동체적 인간)-경물(탈인간중심주의=지구생명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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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의 경전 동경대전은 "먼 옛적부터 봄과 가을이 갈아들고, 사시가 성하고 쇠하는 것이 옮기지도 아니하고 바뀌지도 아니하니, 이것은 한울님 조화의 자취가 온 세상에 뚜렷한 것이로되"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것은 '계절의 변화'로 대표되는 전지구적 존재  양상이 '한울님 조화의 자취'라고 하는 새로운 인식 지평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동학의 지구인문학'의 특징은 '지구적 영성'의 발명, 발견, 발휘라고 할 수도 있으며 지구인문학의 최고  본령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관점은 앞으로 나의 연구 심화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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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시개벽>을 창간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지구화 시대의 잡지를 표방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구인문학'적 세계사의 최전선에 선 잡지가 바로 <다시개벽>인 것이다.


#지구인문학 #동학 #원불교 #지구화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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