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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r 03. 2022

홀린 듯

역동적인 감염 상황 때문에 4학년 일일 담임을 했다. 작년에 만났던 얼굴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같이 책을 읽고, 신학기를 맞아 친구 알아가기 활동 등을 하고 점심을 먹었다. 급식실에서 교실로 돌아오자마자, 파도 모양의 웨이브 머리를 한 학생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선생님...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서 놀아도 돼요?" 나는 홀린 듯이 말했다. "그.. 그.. 래.."


아이의 동공은 1.5배 확장되었다. 0.1초 만에 복도로 뛰쳐나가 신발을 챙겨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내가 어버버 하는 사이, 20명 중 17명이 자취를 감췄다. 교실이 텅 비는 데까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교실에 남은 아이 셋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둘러쌌다. '나가면 안 되지 않아요?', '2학년 때부터 나가 놀지 못했어요', '1학년 때 밖에서 놀다가 사고 난 애가 있었어요', '애들이 시간 맞춰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나는 곧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 우리도 같이 가자. 같이 있다가 함께 돌아오자!" 수심 가득하던 얼굴이 갑자기 환해지며 깡총 걸음을 했다. 아이들은 딱히 하는 일 없이 마냥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내 모습을 보더니 곧장 달려오려 해서 더 놀아도 좋다고 손짓을 하고, 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햇빛이 정말 따뜻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온 듯, 정글짐에서 매일 경도를 하던 예전 우리 반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고 갑자기 조금 울고 싶었다.

 

영어 심화 연수  규정상 의무 더하기 자의로, 교과전담을 해왔다. 올해는  망설였는데, 담임으로 복귀하는 첫해 처음 해보는 지회장 일까지 해내려면 과부하가 걸릴  같아 1년만  머무르기로 했다. 1년이   것처럼 느껴지는  보니 정말 돌아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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