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1.
나를 전교조로 만든 두 여인
나는 2012년 3월에 교사가 되었다. 어떤 교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는데, 교총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거부감이 있고 전교조는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기억(교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상대방 후보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현직에 있는 전교조 선배들이었다. 물적 심적 지원에 매우 주눅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이 있었고, 나 자신이 매우 개인적인 인간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2012년 12월에 전교조에 가입했다.
나를 전교조에 가입하게 한 사람은 박근혜다. 선거 기간 내내 전교조를 공격했던 그녀가 대통령 에 당선된 것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반발이었다. 가입하고 얼마 안 되어 전교조는 법외 노조가 되었고 나는 회비가 얼마나 나가는지도 알지 못하는 그냥 조합원이었다.
2017년에 이상한 책 한 권을 읽었다.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당시에 같이 근무하던 저경력 선생님들과 여러 교육학 책들을 읽고 술 마시며^^ 토론하던 시기였는데, 그래서 매우 거시적으로만 교육을 보고 있었던 시기였는데, 갑자기 이 책은 바로 지금 여기 학교와 교실로 나를 잡아 당겨 털썩 떨어뜨렸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쓴 사람이 궁금했고 어쩌다 페북 친구가 되었고 그녀가 주최한 모임에 나갔고, 그녀가 만든 페북 그룹에 가입을 하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어느새 전교조가 스멀스멀 내 삶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녀가 바로 김현희다. 나는 그녀가 매우 고맙다. 덕분에 이호재라는 훌륭한 음악가를 알게 되었고 덕분에 전교조 전국노래패연합의 훌륭한 음악가이자 교육자이자 기획자들을 알게 되었으며 그들과 소통하고 함께 합주 하고 공연을 하며 내가 가진 음악이라는 작은 능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녀 덕분에 조원배라는 훌륭한 교육자이자 선배이자 친구를 만나 많은 가르침을 받고 따뜻한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인연을 맺고 안부를 주고 받는 많은 전교조 선생님들.... 다 그녀 덕분이다.
그녀가 전교조 22대 사무총장 후보로 나왔다. 내가 진짜 조합원이라고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그녀(박근혜 말고). 그녀가 당선이 된다면 내가 겪었던 그녀의 영향력을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을 것이고 나 같은 진짜 전교조를 더 많이 만들어 낼 것이며 전교조는 살아날 것이라 믿는다.
그녀의 당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다. 연주하고 노래하는 일은 나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시간과 장소가 된다면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시간과 장소가 잘 허락이 안 된다. 그래서 나에게 참 어려운 일이지만 글을 써 보았다. 어설프지만 진심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