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 투병기ㅡ 즐거운 병동생활)
병동 생활하면서 아프고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남편과 함께라서 웃을 일이 늘 있었다.
나는 남편이랑 있으면 속이 터지면서도 자꾸만 웃음이 그렇게 난다.
남편은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잠을 잘 잔다.
다인실 쓸 때, 어떤 어머님이 아침에 자기 남편이랑 통화하며 하시는 말씀.
어어~ 좀 잤어~
아이, 여기 옆에 어떤 아저씨가 코를 어찌나 고는지 시끄르바가 잠을 많이는 못 잤다.
당신보다 더한 사람은 내가 첨 본다카이.
당신은 마, 고는 것도 아니야.
내가 커튼 뒤에 있다는 걸 알고 들으라고 하신 걸까
모르고 그냥 하신 걸까ㅋㅋㅋㅋㅋ
예 저도 알아요. 저는 1@년째 귀마개를 끼고 잔답니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앙 ∂-∂
ㅡ
간호사 선생님들이 침대에 분명히 락을 걸어두었는데 덩치 커다란 남편이 앉으면 자꾸 침대가 두둥실~ 참말로 가볍게도 흘러갔다. 몸 일으키기가 힘들어서 부축을 받는 와중에도 실없이 웃음이 났다.
“뭐야, 이거 구름이야? 자꾸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시치미 떼는 표정도 잘 짓는다.
“왜? 뭐가? 아무 일도 없는뎅?”
침대가 요롬콤 비뚜렇게 됐는데 모른 체 하면 아닌 게 되냐고요.
로맨틱한 간병인 같으니.
ㅡ
남편은 잠도 잘 들고, 잠귀도 어둡다.
한밤중에 잠이 깼다.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다.
“여보~
여보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진동이 저렇게 천지가 개벽하게 울리는데, 저걸 까맣게 못 듣고 쿨쿨 잔다.
링거 팔 밑에 받쳐두었던 인형을 던졌다.
폭신해서 그런지 맞고도 계속 잔다.
물티슈를 던졌다. 얼굴에 명중했다!
남편이 부스스 일어나서 나를 보더니,
“너, 진짜 못됐다.”
하는 게 아닌가.
당신, 여기 자러 왔어? 어?
내가 부르면 발딱발딱 일어나서 와야지,
전화해도 모르고 불러도 안 일어나면
어떡하란 말이야? 응? 물티슈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인 줄 알아~!
남편은 내 심부름을 해주고서는 “흠.. 정말 못된 애야... 쩝쩝” 하며 바로 다시 잠이 든다.
행동이 가뿐가뿐하고 섬세하질 못해서 그 손길에 적응하며 간호받는 게 조금 고되긴 했지만,
남편이 있어서 웃을 일이 참 많았다.
#행복합니다
#진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