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었다.
여느 때처럼 야근을 마치고 나니, 샐리 아주머니의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가게에 들어서자 아주머니는 늘 그렇듯 환히 웃으며 나를 맞아주셨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어딘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짧은 대화 속에서 아주머니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털어놓으셨다. 우리가 이 동네에 자리를 잡고 길이 새 단장을 한 후부터 임대료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늘 있던 문제였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체감하기는 처음이었다.
어느 도시든 어디든 사람이 몰리면 결국 이렇게 된다. 오르기 시작한 임대료, 버거워하는 작은 가게들, 그리고 어느 순간엔 상권의 쇠퇴. 예전에 신촌이 그랬고, 이대 앞이 그랬다. 지금은 홍대나 이태원도 비슷한 흐름을 겪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을 보면, 메인 도로가 한산하다. 곳곳에 빈 공간만이 남아 있다. 핫하다고 소문난 성수동도 언제까지 그럴지는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그곳에 자리 잡은 지 1년 즈음이 되었을 때, 대표님과 나는 비슷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가게는 여전히 북적였지만, 임대료 이야기가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임대료는 오르는데 매출은 눈에 띄게 늘지 않았고, 이 동네의 상점들 특성상 커피나 음식 외의 가게는 그저 구경만 하고 지나치는 이들이 많았다. 가게를 찾아와주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그들이 결국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공간과 우리가 전하고자 했던 이미지가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결국 우리는 사무실로의 이전을 결정했다. 카페를 차리려 했던 건물주는 권리금 없이 가게를 넘겨 받기로 했고, 우리는 모든 집기를 모아 근처의 작은 사무실로 옮겨갔다. 그 길에 나란히 있던 가게들 중 몇 곳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대부분은 사라졌다. 대형 브랜드와 프랜차이즈들로 채워진 거리. 그들은 떠나가고, 동네는 어느새 평범해져 버렸다.
그 즈음, 나의 대학원 생활도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