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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Jul 26. 2019

지인이 나를 찾아왔다.

♪Aimyon - ハルノヒ(봄날)

너의 강함과 나의 약함을 나누면
어떤 굉장한 일이 벌어질까?
君の強さと僕の弱さをわけ合えば
どんな凄いことが起きるかな?



♪Aimyon - ハルノヒ(봄날)




" 너는 내가 만나자고 할 때만 만나잖아. "

" 그래도 거절하진 않는다 뭐. "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햇수로 하면 10년을 알고 지낸 사이니, 제법 가까울 법도 한 사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긴 시간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인의 공이 100이라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 그만큼 대부분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만남이나 연락은 늘, 지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도, 그렇게 지인이 찾아준 덕분에 성사된 만남이었고 그렇게 업무 시간 가운데 짧았지만,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만날 수 있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겠다. 1년에 두세 번 이렇게 만나면 밀렸던 이야기들을 쏟아낼 법도 한데, 막상 나오는 이야기는 그렇게 크게 대단한 - 우와 진짜? 그랬어?? 이런 반응이 나올 법한 - 주제들은 아니다.  요즘엔 이런 일을 하고 있어, 뭐 세상살이는 이렇다며. 정도이다. 이렇듯, 서로에게 무언가 바라는 것이 없는 만남은 편하다. 나도, 지인도 그렇게 크게 변화하는 삶을 살고 있지도, 추구하지도 않는 편인지라 그저 이런 시더분한 이야기가 주제임에 서로가 잘 살고 있다 확인을 하고, 안심을 하곤 한다. 그리고 이런 소소함에도 나를 찾아줌에 감사했다.




" 그래도 대학원 다니면서 좀 넓어지지 않았어? "

" 내 성격 알잖아. 그대로지. 좁아 좁아. "


단편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올해부터 다니기 시작한 대학원 이야기를 꺼냈고,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냐는 이야기에 별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세상이 넓어지는 사람들은 보통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고 말을 건넬 '용기'가 있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대학원은 한 학기에 몇 백만 원의 돈을 들여 인맥을 사는 곳 - 이라고도 하던데 그럼 한 학기 등록금은 학교 강의실에 버리고 온 셈이려나. 나의 좁은 관계는 이렇듯 용기 있는 사람들이 건네줌에 만들어지는 편이다. 사람과의 대화가 싫은 건 아니다. 그저, 나는 용기가 부족하다. 그뿐이다.  




짧았던 만남을 마치고, 오후 외근 일정을 위해 짐을 챙겼다. 최근 이직을 한 클라이언트가 먼저 연락이 와, 새로운 직장에서도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를 주신 덕에 이루어진 미팅이었다. 아마 상대방 쪽에서 먼저 연락을 주시지 않았다면 이 새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대행업에 종사하고 있는 입장에서 먼저 연락도 하면서 관리도 하는 영업인의 마인드가 있어야 하는데, 태생이 그러지 못하다는 핑계만 가득.


그런 의미에서는 참 옷에 맞지 않는 일을 오래도 하고 있다 생각하니 스스로가 신기하다. 그리고 이런 나라도 찾아주심에 감사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고 말을 건네는 것을 겁내다, 결국 아무도 찾지 않는 혼자가 되는 것은 더 무서운 일이라 생각에까지 이르니 더운 날인데 등 뒤가 조금 서늘해졌다. 복잡한 기분의 출발이었다.




미팅을 가는 길 잠깐 보았던 아니메에선, 용감한 용사가 한쪽 팔이 잘려나가도 꿋꿋이 일어나 남은 팔로 최종 보스를 퇴치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보통 이런 아니메 주인공들은 처음엔 약하고 부족해도 '용기와 우정'으로 이겨낸다. < 드래곤볼 > 이후 정형화된 클리셰라고 할까.


세상을 구하는 용사를 보면서 뜬금없이 누군가에게 연락할 용기가 있었음 싶었다. 하여, 미팅을 잘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다,  먼저 문자를 보내보았다. 그래, 오늘은 이 정도면 큰 용기를 내었지. 더 용기 내어야지. 내일은 동네 친구한테 먼저 연락해봐야지. 오늘 만난 지인에게도 다음 만남은 먼저 내가 건네어야지.  만화 속 영웅처럼 용기 내어 세상은 구하지 못해도 내 세상을 조금이나마 넓 순 있겠지. 아니, 대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나를 찾아준 사람들로 받아서 낼 수 있었던 오늘의 용기는 이랬다.  




- 어머니, 바깥인데 여긴 비가 조금 내리네요.

나가실 일 있으심 조심하시고 집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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