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 이 모자였는데 말이야
영어를 공부 하다보면
왠지 영어의 길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는 아득한 느낌에 빠질 때가 있다.
어제 배운 문장과 단어를 써먹기는 커녕
오늘도 역시 익숙한 문장만 말하는 나를 보며
응용력조차 부족한 나를 탓하기도 한다(그러면서 한동안 영어를 또 놓는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외국인 친구와 간단한 대화를 하고 헤어지는데
옆에 있던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께서 말을 걸어 오셨다.
“아니 어쩜 그렇게 영어를 잘해요?”
“...네... 넷?!”
“아까 듣는데 어쩜 그리 영어도 잘하고 발음도 좋아 ? 부러워요.”
“나는 영어를 좋아해서 매일 인사동에 나가서 외국인들한테 말 걸고 그래. 그냥 부딪혀 보는거지”
“아 글쎄 얼마전에는 얘기하는데 모자가 갑자기 영어로 생각이 안나지 뭐야. 모자는 영어로 hat 맞지? 아 내가 hat 이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할머니의 말에는 진심으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아마 할머니는 앞으로 hat 을 절대 잊지 않으리라.
나는 머리가 띵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구나
내가 저 나이가 되었을때도 끊임없이 배우려고 할까
80세는 넘어보이는 할머니의 영어에 대한 열정을 보며 그 동안 힘들다고, 공부에 끝이 없다고 투덜거리며 포기하려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누구인지 찾기 위해, 그리고 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배움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