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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그린 Jul 03. 2019

안해 본 시도를 한다는 것

어제와 오늘의 내가 달라지기 위해

우리...... 가는 거죠?!


 올해 들어 처음으로 남부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엄마는 가기 직전까지 너 비가 그렇게 많이 온다는데 떠내려가면 어쩌려고 그러냐 위험하다 걱정과 우려를 쏟아내시며 도시락을 싸주셨다.


  왜 하필이면 이때.....

그래, 왜 하필 그 하고 많은 날 중에 내가 지리산 둘레길 가는 주말에 호우주의보란 말인가.....

출발 하루 전,  같이 가기로 한 언니를 만나러 가는길. 다음에 날 좋을때 갈까요 라고 말해볼까 수십번 고민을 하다가 약속이라는게 한번 미루면 기약이 없는지라... 그래 가자고 말 나온김에 다녀오자!



 


비 좀 맞으면 어때


 우리는 1박2일동안 지리산 둘레길 2, 3코스를 걸었다. 가는 길 내내 가랑비는 쉴새 없이 내리며 땅을 촉촉히 적셨고 나는 그 위에 내 발자국을 남기며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렇게 앞으로 내딛었다.


 첫 시작점에서는 신나게 떠들던 우리도 어느 순간부터는 거대한 자연이 주는 소리에 귀기울이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을 각자의 페이스대로 뚜벅뚜벅 걸으며, 침묵의 고요함 속에 나를 맡겼다.

 

나도 비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차도 다니지 않고 사람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곳에서는 유난히 우비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크게 들렸더랜다. 빗소리가 원래 이렇게 컸었나... 생각해보니 이렇게 비를 맞고 밖을 걷는 것도 처음인 것 같았다. (비오는 날은 집순이) 비는 피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막상 온 몸으로 맞아보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건 뭐지. 생각해보니 나도 어린시절이라는게 있었고 비오는날 밖으오 나가 집앞 물웅덩이을 차며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이어폰 대신, 똑똑 우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집중 하자 그동안 잊고 있었던 또다른 감각들이 하나하나 살아나기 시작했다.



둘레길따라 길게 이어진 산등성이에

살포시 걸터 앉은 안개와 (딱 신선이 내려올 것 같았다.)

비에 촉촉히 젖은 숲의 냄새까지


 내 앞에 놓인 대자연을 거리낌 없이 온 몸으로 받아들인 그 순간, 모든 감각이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지금껏 아등바등 나를 힘들게 했던 고민들이 어찌나 사소하게 보이던지. 위대한 자연 앞에서 나는 그저 헐벚은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작은 용기, 그거면 되었다


 힘든 순간이 올때마다, 나는 내 자신을 체력적 한계 끝까지 밀어 붙이곤 한다. 그 과정에서 답을 얻기도, 얻지 못할때도 있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만약 비가 많이 온다고, 가면 고생일 거라고, 그냥 주말에 집에서 푹 쉬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이번주의 나는 저번주의 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더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허우적 거렸을 것이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 엄청나고 완벽한 계획이 필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이따끔씩 별 생각없이 시도한 조그마한 도전들로부터 얻은 경험과 생각들이 흔들리는 나를 잡아 세워주는 뿌리들이 되는 것 같다.




*별책부록

#같이 간 동료를 위해 아침에 타이레놀을 사다주신 소소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깨끗하고 내집같은 곳에서 마음편히 여독도 풀고 보여주신 친절함에 지리산에 또 가게 된다면 루트를 조정해서라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오는 날, 그리고 뙤약볕이 내리쬐던 날

배낭을 짊어지고 도로위를 걷는 두 젊은 여자들이 안되보여 가던 길을 멈추고 태워주겠다고 먼저 말을 건네주신 두 아주머니께도 감사드린다. 비록 여행의 목적이 걷기였기에 타지는 못했지만 생판 모르는 남을 보고 선뜻 차에 태워주어야겠다 마음 먹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직 세상은 따뜻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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