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점검

아무거나

by 심색필 SSF

6개의 단편소설과 1개의 중편소설을 마무리하며....


내가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나는 항상 겨울이 좋았다. 군대시절을 제외하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고 설렘을 느꼈고, 시원한 바람과 파란 하늘과 대비대는 낙엽들로 색을 채운 가을 풍경을 흠모했다.


그러나, 최근 2년은 시원함과 설렘과는 거리가 먼 무덥고 찝찝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미안해. 나도 이번에 사정이 안 좋아서..."

"어떻게 이런 일이 터지냐..."

"대표님. 죄송해요. 저희도 이제 사업을 접어야 해서..."

"귀사의 우수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업은 함께 하실 수 없음을..."


내가 쓴 글들을 보면서 모든 작품의 주인공에 내 모습이 조금씩 섞여있었던 것 같다. 잠이 들지 않는 나날들과 실패와 좌절, 그리고 분노까지...


등장인물들에게서 묘사되는 모습들은 작가의 거울이라도 되는 듯 내가 처란 암울하고 어려운 상황들이 그들에게 하나씩 대비되어 나타났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안 힘든 사람이 없네요."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상인들과 국민들의 곡소리가 늘어날 때마다 내 삶에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쓰나미가 들이닥치는 듯했다. 앞날을 판별할 수 없었고, 대처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오늘도 불금 ♥'

'드디어 장가갑니다.'

'드디어 둘이서 떠나는 첫 해외여행.'


열심히 안 산 것도 아니고 노력을 하지 않을 것도 아니었다. 내 인생의 여러 부분들을 포기하면서 하루하루를 전진해 나간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른 이들이 노는 순간에도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냥 매 순간순간을 연명하는 느낌이었다. 다른 이들이 노는 시간에.... 다른 이들이 즐기는 시간에 나는 일을 하고 노력을 하지만 빛이라고는 쥐똥만큼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암흑지하에 홀로 삽질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에이.. 뭐 그런 걸로 그래요? 어차피 SNS는 다들 좋은 일만 올리고, 즐거운 일만 올리는 건데... 저도 인스타만 보면 완전 한량처럼 보일걸요?"


함께 작업을 하던 어린 친구가 한 말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나라 경제가 힘들다고... 월급 빼고 모든 물가가 다 오른다고 해도 매 주말만 되면 관광지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매년 연휴가 되면 해외여행은 발을 디딜 곳도 없이 많은 인파들로 북적였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다들 즐길 건 즐기면서 얇디얇은 시간의 틈새에 사람들은 행복을 욱여넣고 있었다.


"X발. 나도 그냥 여행이나 갈 걸 그랬나?"

"그러게... 차라리 놀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을 텐데..."


우리는 항상 그런 말을 토스하며 헛헛해진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는 했다.


"천재지변이다. 정말... 어떻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냐?"

"진짜 손대는 것마다 다 망하네."

"언젠가 좋은 일 있겠지."


현실을 도피하 듯 계속해서 엇나가는 참담한 일들을 우리는 계속해서 외면했다. 아니. 외면해야만 했다. 그래야 당장 먹고 살 작은 지푸라기라도 집을 용기가 생겼으니 말이다.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대출이자 미납 중으로 확인 부탁드립니다.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에휴..."

"왜?"


-위이이이잉.-


"잠시만..."


"혹시, XXX 고객님이신가요?"

"네."

"여기는 XX은행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대출이자가 연체 중인 것으로 확인..."


참 얄궂었다. 카드사와 은행. 그나마 일이 잘 풀릴 때 오던 전화들과는 180도 다른 이야기들을 쉬지 않고 던져왔다.


"고객님. 지금 포인트를 거의 안 쓰고 계신 거 같은데 혹시 이번에 새로 나온 카드 한 번 받아보실..."


매일 같이 새로운 카드와 새로운 상품들을 만나보라는 은행과 카드사는 언젠가부터 매번 연체건의 지급을 알리는 아침 6시 알람시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아무리 피곤해도 어쨌든 일어나야 하는... 조금만 더 쉬고 싶어도, 10분만 더 자고 싶어도 결국에는 피곤한 몸뚱이 끝자락에 붙어있는 귓바퀴에 소리를 질러대는 알람소리처럼 그들은 나를 압박해 왔다.


"하아..."

"왜 또 한숨이야?"

"한숨이 나온다. 너무 힘들다. 진짜."

"이번에 기획서는 다 썼어?"

"아직... 머리가 잘 안 돌아가네."

"그럼 그냥 글 한 번 써봐. 시나리오 쓰는 거 좋아하잖아."

"바쁜데 그건 또 언제 써?"

"머리 안 돌아갈 때 새로운 거 건드리면 오히려 좋다고 했어. 한 번 써봐. 혹시 알아? 갑자기 김은숙 작가처럼 될 수도 있잖아."

"그게 뭐 쉽냐?"

"롤링도 12번 까이고 성공했다잖아. 그렇게 한숨만 푹푹 쉬면서 끙끙거리지 말고 그냥 한 번 써봐."

"그럴까? 근데 뭘 써야 하냐?"

"뭘 쓰긴 뭘 써? 그냥 아무거나 쓰면 되지."


아무거나.


그래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아무거나'에 대한 글들을. 일을 하면서 느낀 감정들. 출장을 갔을 때 보이는 풍경들. 술자리에서 느껴지는 어질어질하면서 즐거운 시간들과 일이 풀리지 않을때마다 느껴지는 비참함과 서글픔들까지. 나를 감싸고 있는 모든 감정의 향기를 문자의 색채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물론, 아직 미숙하고 투박하며 보잘 것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정말 거지같고 피곤하며 되는 일 하나 없었던 그 2년이라는 시간동안 딱 하나만큼은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 쓰는 게 재밌네."


'작가가 되고 싶다.'


영화 / 드라마 시나리오, 소설, 웹소설까지 그냥 글 쓰는 게 재밌어졌다. 하나, 둘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하고 나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여러 등장인물들을 각색하다 보니 한 세상의 신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어떤 세상은 완성하기 어려운 느낌이었고, 어떤 세상은 지나치게 빨리 완성되고는 했다.


"이번에 공모전은 어땠어?"

"본선은 못 갔다."


"이번에는?"

"최종에서 떨어졌네."


뭐... 벌써 세상이 내 글을 인정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설마?' 하는 생각이 있었을 뿐.


"야... 근데 무슨 네가 글이냐? 진짜 X나 안 어울리게."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지. 갑자기 다른 거 먹으면 체한다?"
"차라리 이상한 거 먹고 체하는 게 낫지. 굶어 뒤지고 싶지는 않다. 뭐라도 해야지."


'뭐라도 해야지'에서 그 '뭐'가 나에게는 글이었다. 그 글의 중심을 잡고 있는 주제도 '아무거나'였고. 그러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또 하나의 꿈이 생기긴 했다.


언젠가 이 '뭐'와 '아무거나'에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들고 싶었다. 언젠가 짧은 영상들로 절여져 있는 사람들의 뇌에 내 텍스트가 흩뿌려지게 만들고 싶었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 얼마나 어려울지 사실 쉽사리 와닿지도 않는다. 언제까지 이 행위에 대해 흥미가 남아있을지도 모르고, 언제까지 나도 내 시간을 쪼개서 이런 글들을 쓸 여유가 남아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은 '그냥 쓰자.'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 일단 그냥 쓰자. 토해낼 수 있는 대로 다 토해내자."




안녕하세요. '향기의 시선'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는 끄적끄적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에 우연히 시작하게 된 글쓰기였습니다.


아직 투박하고 미숙한 점이 많은 데도 항상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이 돼서 글을 쓰는데 많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향기의 시선이라는 시리즈의 가장 메인 스토리는 '향기의 시선'이라는 장편소설입니다. 아직 집필이 완성되지 않아 브런치에 연재를 못 하고 있습니다. 아마, 소설을 다 완성하는 데까지 빠르면 1주, 조금 시간이 더 걸리면 2주의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아직 미숙하고 뻣뻣해 쉽게 소화하기 힘든 글임에도 봐주시는 독자분들 항상 너무 감사드립니다. 다음 소설을 다시 연재하기까지 한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듯하여 이렇게 글을 남겼습니다.


혹여나... 정말 혹시라도 다른 글들을 보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전에 작업했던 다른 글들을 다른 스토리로 한 번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표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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