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뜨거운 닭의 가슴에게 바치는 글

우리에게 닭가슴살이란?

by 심색필 SSF

2022년 현재의 대한민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닭가슴살을 먹어봤을까? 현재 다이어트를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음식에 있어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풍요를 느끼고 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음식 섭취로 인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근육질 혹은 얄쌍한 몸을 만드는 것을 더 원하게 되었다. 음식이 없어서 굶주린던 1970년대에서는 당연히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던 1990년대도 다이어트라는 개념은 굉장히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요즘 ‘나’를 포함해서도 내 주위에 다이어트나 적절한 식단 조절을 한 번 도 안 해본 사람을 찾기 힘들다.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정말 100이면 100 다 닭가슴살을 찾고는 한다. 지금이야, 닭가슴살 낱개로 포장되어 섭취하기도 쉽고 맛있는 닭가슴살 시리즈가 많지만, 옛날에는 직접 정육을 하거나 닭가슴살만 따로 마트에서 사서 집에서 익혀먹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닭가슴살 하면 정말 맛없고 퍽퍽하다는 상상이 지배적이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습기 없고 퍽퍽한 닭가슴살은 정말이지 꼭꼭 씹어서 물과 함께 넘기지 않으면 안 넘어갈 정도로 그 건조함의 고통은 이루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최근에 백종원 선생님이 나온 ‘푸드 스트리트 파이터’를 보다가 조금 신기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래, 닭가슴살이 맛있는 부위라서 과거 노예제도가 있던 시기의 미국 농장주들이 본인들은 닭가슴살을 먹고 노예들에게 안 먹는 닭다리와 닭날개 부위를 주었다는 것이다. 정말 지금 생각하면 완전히 미친 소리 아닌가? 한 마리에 3만 원까지 육박했던 치킨의 가장 핵심적인 부위인 닭다리를 버리고, 식단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할 때나 입에 욱여넣는 닭가슴살을 섭취했다니. 그러나, 알고리즘으로 인해 얼마 뒤 보게 된 영상을 보고 나의 무지에 한탄을 하게 되었다.


사실 닭가슴살은 조리 방법에 따라, 촉촉하게도 뻑뻑하게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닭이 생각보다 체온이 높아서, 도계를 하고 나서도 온도를 떨어트리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도계한 닭의 온도를 떨어트리는 과정에서 물을 사용하느냐, 혹은 공기를 사용하느냐에서 닭가슴살의 촉촉함이 많이 결정된다고 한다. 닭의 맛있는 포인트를 살리는 것이 닭의 껍질과 살 사이에 있는 아미노산인데, 이 아미노산이 수용성이라서 닭을 물에 넣어 온도를 떨어트리게 되면 닭가슴살의 부드러운 맛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같은 일반 소비자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그냥 마트에 닭가슴살이 보이니 구매를 한 것이 전부일 텐데.


닭가슴살이 지금처럼 구성이 다양하지도 쉽게 먹지도 못할 옛날에 음식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몸을 만들기 위해 닭가슴살 조리를 했다면 ‘닭가슴살을 어떻게 맛있게 만들어 먹을까?’가 아니라 당연히 ‘지금 이 고통을 참고, 멋진 몸을 만들고 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닭가슴살을 맛있게 먹는 게 목적이 아니라, 몸을 멋지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닭가슴살이 맛이 없는 부위라는 이미지가 시작된 시대가 우리 삶에 풍요가 찾아오고, 살을 빼야 하는 사람들과 트렌드가 늘어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아니었을까?


살을 빼고 근육을 만들기 위해, 다량의 단백질을 찾아다닌 소위 현대어로 과거의 헬창들이 괴로움을 이겨내며, 꾸역꾸역 먹기 시작한 조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닭가슴살이 더 과거의 농장주들이 다릿살과 날개살을 버리면서까지 사수한 가장 맛있는 부위라며 사수한 닭가슴살의 이미지를 사라지게 한 것 아닐까?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인식하는 미의 기준과 부의 기준, 그리고 행복의 기준이 계속 바뀌는 것처럼 닭가슴살은 시대에 따라 미식의 세계에서 가장 이미지가 많이 바뀐 대표적인 식재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재 닭가슴살은 사람들의 편의와 다이어트라는 시대적인 흐름에 다시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밖에 없는 인류에게 굉장히 중요한 식재료로 부상하고 있다. 패션은 돌고 돈다는 것처럼, 식재료의 선호도 또한 시대에 따라 돌고 도는 것 같다.


돌고도는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사농공상’의 조선시대가 근대화로 넘어오며, 그 가치가 역전된 사례가 있다. 최첨단 시대를 계속 갱신하는 현대시대에 다시 ‘사농공상’ 중 ‘사’가 가장 중요해지는 세상이 올까? 아니면, 내가 죽는 날까지는 ‘사’가 다시 앞에 오는 일은 없을 것인가? 닭가슴살을 한 입 베어 물다 문득 궁금증이 떠올랐다. 뭐, 솔직히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닭다리를 선호하는 시대나, 닭가슴살을 존귀하게 여긴 시대나 어차피 다 닭에서 비롯된 얘기일 텐데 말이다. 어쩌면, 인류를 살린 것은 사람이 아니라 닭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하디 흔한 닭이라는 존재에 속아, 그 위대한 가치를 모르고 있을 뿐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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