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애벌레를 읊는 헛소리

자전거로 퇴근하는 저녁노을

by 심색필 SSF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레를 별로 안 좋아한다. 특히, 바퀴벌레, 곱등이 같은 종류의 벌레는 보기만 해도 소리를 지를 정도로 경멸한다. 반대로, 모기는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모기를 멸종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싫어하고, 없애고 싶어 한다. 그래도, 나비와 같은 곤충을 보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따듯한 봄이 만연했다는 신호인 것 같기도 하고, 뭐 보고 있으면 다른 곤충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양반이니까.

그런데, 나비가 부화하기 전 애벌레를 보고도 사람들이 나비가 이쁘다는 생각을 쉽게 할까? 오늘 자전거를 타다, 바닥에 있는 애벌레를 밟아 죽일 뻔했다. 한 생명을 목숨을 앗아가지 않음에서 나오는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애벌레가 터지는 촉감과 느낌을 경험하지 않았음에 안심을 하게 되었다. 생명 하나하나가 모두 동일한 소중함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라면, 아직 날개도 펼치지 못한 애벌레를 밟아 죽일 뻔한 사건에 대해서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어야 했는데 오히려 불쾌함을 모면했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꼈다니. 생각해보면, 인간은 참 간사한 것 같다. 아니,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모든 존재가 ‘강약약강’ 그 자체가 아닐까?

우주 저 너머에 인간보다 훨씬 크고,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굳이 신경도 안 쓸 정도로 절대적인 존재가 있다면 우리를 굳이 신경이나 쓸까? 어쩌면, 지구상에 가장 상위 포식자라고 하는 인간도 미지의 세계에서는 나비 애벌레와 비슷한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기어 다니며, 영양분을 섭취하다가 멋진 날개를 피기 위해 부화를 기다리는 애벌레의 모습이 현대사회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학업이라는 굴레에서,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먹고살기 위한 현실이라는 굴레에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모습이 나비랑 비슷한 것 같다. 나비도 날개만 이쁘지, 이 꽃 저 꽃을 찾아 나풀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마치 공중에 접영을 하면서 겨우겨우 다른 꽃들을 찾아 날아다니는 게 과연 쉬울까?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꽃을 찾아 날아갔는데, 꿀이 없다면? 나비도 어쩔 수 없이 다른 꽃을 찾아 떠나겠지. ‘이 회사는 좋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막상 들어가 보니, 고생만 하다 다른 회사를 찾아 나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지 않은가?

그래서, 자전거 길 위를 엉금엉금 기어가는 애벌레를 보고 더 안타까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혹시나, 저 친구가 끝끝내 살아서 나비로 부화한다면 나비 세계에서는 소문이 나지 않을까? “자전거 포장길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야. 굳이 힘들게 돌아가지 않아도, 안 죽을 수 있어. 용기가 없다면 지름길도 갈 수 없는 거야.” 자전거 포장도로를 횡단해서 결국 부화에 성공한 나비가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한다면 이런 말들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곤충들이 글을 쓸 수 있었다면, 아마 내가 겨우 피한 그 애벌레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거다.

오늘은 술도 안 마셨는데,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이 많다 보니, 나비 애벌레 한 마리에도 정말 여러 헛소리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어쩌면, 아직 날개도 못 핀 상태로 꿈틀꿈틀 기어가는 애벌레에서 내 모습을 본 건 아닐까? 누군가가 보면 나도 저렇게 엉금엉금 기어가는 애벌레 같겠지? 안전한 길로 돌아가지 않고,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시장에서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는 내 상황 때문에 애벌레를 힘겹게 피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머릿속이 복잡할 때가 많다. 원래도 정신이 산만한 편이었는데,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안 그래도 집중력이 부족한 내가 더 정신이 없어진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머릿속에 나비처럼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생각들을 기록하는 이 순간이 몇 년 뒤에는 또 좋은 술안주가 되지 않을까?

사실, 나비는 큰 비정상적으로 큰 날개 때문에 나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한다. 근데, 힘이 드는지 안 힘든지는 나비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언젠가, 진짜 언젠가 내가 날개를 피고 하늘을 나는 순간이 온다면, 누군가를 붙잡고서라도 힘든지 안 힘든지를 말해줄 것이다. 지금 이 꿈틀거리는 하루하루를 버티고 언젠가 날개를 펴서, 도로 위를 엉금엉금 걸어오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할 수 있는 꼰대 나비가 되는 그날까지...... 헛소리를 한 번 기록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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