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 바라본 커피색 코리아
대한민국 하루 평균 커피 섭취량을 알고 있는가? 성인 남자는 평균적으로 2잔, 성인 여성이 평균 1.5잔. 40대에서 65세 연령은 하루 1.9잔으로 가장 많은 커피 섭취량을 보이는 연령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사회탐구영역으로 세계지리라는 과목을 선택했다. PMP 너머로 커피의 생산국 1위는 브라질이라며 시험에 무조건 나오니 절대 잊지 말라는 강사 선생님들이 목소리가 기억난다. 브라질에서 대한민국까지의 거리 17,549km. 서울과 부산의 거리가 325km니, 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멀고 먼 거리에서 수확되는 커피를 이 좁은 한반도에서 왜 이리 열광하고 있는 것인가?
2021년 12월 기준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서울에 영업 중인 카페는 약 2480개라고 한다. 대학교 시절, ‘커피 한 잔 가격이면 국밥을 한 그릇 먹지. 그 돈 주고 누가 커피를 먹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카페가 생겨났다. 뭐, 대학교 시절에도 카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커피가 매일 마셔야 할 정도로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기재가 될지 누가 알았던가? 다이어트라는 명목으로 닭가슴살을 입에 달고 살아, 흰쌀밥을 안 먹는 날은 있어도 커피 없이 하루를 보낼 수는 없다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왜 이렇게 카페가 우후죽순 늘어나도 계속 생기는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나는 커피 섭취에 대해 많이 회의적이다. 체질적으로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뛰는 ‘카페인 과민증’이라 커피를 못 마신다. 군대를 전역하고 누군가가 사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 어느 날이었다. 커피를 얻어먹고 나오는 길에서 갑자기 내 심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재밌게 보았던 ‘원티드’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며, ‘나도 총알을 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건가?’라는 정말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은 총기가 불법이라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살면서, 짝사랑하는 여자애를 앞에 두고도 그렇게 심장이 뛴 적이 없었는데, 고작 심장 몇 번 뛰었다고 영화 주인공이 되는 상상이나 하다니......
그 이후로도 나는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1년에 1번 마실까 말까 하는 수준이지만, 카페는 하루 1번은 꼭 가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위치 또한 카페다. 요즘 더 강하게 느끼는 거지만, 카페를 제외하고 누군가와 외부에서 딱히 대화를 나누기 좋은 장소가 없다. 솔직히, 이제는 술자리를 제외하고 ‘내가 어디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카페를 제외하고 대화를 할 곳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카페가 이제는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닌, 모든 문화생활을 대체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 의미가 바뀐 것 같기는 하다. 프랑스에서 커피를 ‘카페’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커피를 판매하는 집을 ‘카페’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요즘 세상에서는 ‘카페’를 ‘컬처’라고 부르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극강의 콘텐츠 대국이 되어, 전 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날이 온다면 ‘카페’의 이름이 ‘미숫가루’나 ‘식혜’로 불리는 날이 올까?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열거하고 있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비싸게만 느껴지던 커피가 오히려 저렴한 디저트가 된 것처럼 내가 체감하는 세상은 더 변해있지 않을까?
항상 1등만 기억하는 나의 습관 때문인 걸까? 전 세계 커피 생산량 2위는 베트남이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커피가 가까운 베트남에서 오는 걸 수도? 가까우면서 멀게만 느껴지던 카페가 이제 눈만 돌리면 어디에도 있는 요즘. 커피를 좋아하지 않지만 식당보다 카페를 더 자주 오는 요즘. 생각이 많아지지만, 생각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글을 한 번 써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