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문장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인간사를 꿰뚫는 한마디의 정의 같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 수 있을지도 문제지만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기 시작한다면 과연 그 일을 여전히 좋아할 수 있을까?
나는 반반인 것 같다. 다소 치킨집 같은 대답일 수 있으나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일에 수반되는 좋아하지 않던 일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몰랐던 세계의 천재들과 엄청난 경력자들을 마주하고 때때로가 아닌 대부분의 시간을 내 무력함과 나약함에 좌절하고 자괴해왔던 것 같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으로 업을 사는 삶을 꿈꿨지만 체대라는 허들을 넘는 데 걸린 시간에도 꽤나 긴 시간이 흘렀다. 운동도 힘들었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공부였다. 막상 학교를 들어가니 내가 넘은 허들은 정말 말도 안되게 낮은 허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새끼 거북이가 포식자들이 활개치는 해변을 향해 나아가면서 소금끼 가득한 바닷물에 간신히 도달한 주제에 눈이 따갑지 않다고 객기를 부린 느낌이었다. 나아가야 할 세상에 비하면 정말 별거 아닌 필수요건을 이제 막 하나 갖추고서 말이다.
이후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택했다. 기껏 들어간 체대라는 타이틀과 상관없는 사업에 도전했고 또 한 번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들에 목을 매며 살아왔던 것 같다. 누구나와 같이 세상이 억까한다고 생각했던 코로나를 겪고 이후에도 여러 사건들을 겪었다. 많다면 많은 경험을 하고 난 이후에야 글을 쓰는 일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 모든 일의 공통점은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을 할 때 흥미가 가지 않으면 일을 시작하지조차 못했다. 이 일을 시작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3할이 넘으면 도전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항상 살아가는 데 있어 더 어려운 것은 나머지 7할이었다. 좋아하는 일 하나만을 하고 살아가는 것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는 명백한 판타지인 것 같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면서 그 일을 여전히 좋아하는 것은 판타지긴 해도 그나마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SF나 현대판타지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내공이 쌓여 내가 좋아하는 일에 굳은 살이 박히기 시작해야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것 같다. 그때부터는 단순 판타지가 아니라 수필과 자기개발서와 같은 영역이 되겠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면서 그 일에 대한 회의와 후회가 없다면 난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나 더 나아가 고수가 된 것이니까. 내가 그 일을 하면서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은 근성이 부족한 것이고, 내가 그 일을 하면서 돈을 벌지만 즐겁지 않다면 아마 재능이 부족한 것일 것 같다.
영화 ‘신의 한수’에서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 세상이 고수에게는 놀이터요. 하수에게는 생지옥 아닌가.’
아직 내가 보는 세상은 놀이터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근 몇 년안에는 세상이 놀이동산이나 테마파크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그 정도가 되려면 절정의 고수가 되야겠지?
언제쯤 화경의 경지에 오르려나... 에휴... 당장 하기 싫은일부터 다시 해야하는디... 해야지 뭐 어떻게 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