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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겠지...?

걱정 마. 안 죽어.

by 심색필 SSF

인류의 종말, 지구의 최후, 테라포밍, 외계의 침략, 아포칼립스 등등 책보다는 영화와 만화로 문학(?)을 접하고 예술을 받아들인 나로서는 사랑이야기나 가족애가 넘쳐나는 서사보다 조금 더 익숙하고 친숙한 소재가 바로 인류멸망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인간은 어떻게 최후를 맞이할 것인가?


위의 이야기에 대한 시나리오나 아이디어는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우선, 최근에 코로나 사태를 되짚어보았을 때 인류가 망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 중 가장 유력한 것을 뽑으라고 하면 질병이 아닐까 싶다. 역사적으로도 질병으로 수많은 인구가 죽었던 사례는 많았고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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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감기' ]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사라지게 했던 흑사병과 호흡기로 전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영화나 소설보다 강력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전염병을 소재로 다루었던 영화 ‘감기’나 식물이 내뿜는 자살 바이러스라는 소재를 다룬 ‘해프닝’이라는 영화가 언젠가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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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28주 후' ]


이런 감염요소의 시나리오가 조금 더 나아간 것이 좀비 장르가 아닌가 싶다. 어렸을 적 보았던 좀비영화는 충격 그 자체였는데 아직까지도 웰메이드로 회자되는 ‘새벽의 저주’와 ‘28주 후’는 높은 치사율과 직접적인 접촉으로 이루어지는 감염에 대한 공포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이제는 공포영화의 한 장르로써 자리 잡은 좀비물이지만 대부분의 문화예술이 어느 정도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본다면 우리가 모르는 곳에 이미 분노 바이러스를 성공한 자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좀비 영화를 보면 자주 묘사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잔혹함이라는 부분인데 최근에 나온 좀비 시리즈를 보면 인간이 가진 본성이 사람의 인피를 뜯는 좀비보다 더 잔혹하고 냉정하게 나올 때가 많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전쟁들만 보더라도 인간이 가진 잔인함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체감이 되곤 하는데 만약 인류가 인류를 통해 말살된다면 그 마지막에는 항상 핵전쟁이 있지 않을까? 자국과 우리를 방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이자 체계이기도 하지만 공멸로 다가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핵전쟁이 아닐까 싶다.


‘나만 아니면 돼.’의 이기심이 극을 달하는 순간 아마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존재를 핵이라는 무기로써 마침표 찍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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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마겟돈' ]


그러나, 핵무기가 꼭 부정적인 무기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여러 재난영화에서 등장하는데 특히나 소행성이나 외계의 적들을 대항하는 무기로써 핵무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고는 한다. ‘아마겟돈’, ‘돈룩업’, ‘인디펜던스 데이’, ‘어벤저스’ 같은 영화들에서 우주적 존재를 물리치는데 핵들이 사용되는데 사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보잘것없는 먼지에 불과하다.’라는 이야기 앞에서는 모든 게 다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대지진으로 인한 지구 종말을 보여준 영화 ‘2012’,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빙하기로 인해 인류의 대부분이 동사하는 영화 ‘투모로우’. 사실, 이런 영화들을 보면 언제 어디서 갑자기 재난이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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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맨 인 블랙 2' ]


단순히, 지구를 넘어가 우리가 감히 도달하지 못한 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재난으로 인한 지구종말은 정말 너무나 미약한 스케일의 사고가 아닐까? 이런 류의 상상력을 잘 다룬 영화 중 하나가 ‘맨인블랙’ 시리즈였던 것 같다. 바퀴벌레 종족이 지구로 침공해 모든 것을 쑥대밭으로 만드려고 했던 ‘맨인블랙’과 행성을 파괴하고 다니는 우주급 범죄자를 막으려 했던 이야기인 ‘맨인블랙 2’는 지금 봐도 꽤나 재미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맨인블랙 2'가 '맨인블랙 1'보다 인상 깊었다. 앞서 말했던 ‘인디펜던스 데이’도 재밌었지만 지구가 머리핀을 하고 있는 디자인으로 욕을 먹었던 ‘인디펜던스 데이 2’로 인해서 팬심이 조금 추락하기도 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더라도 먼 훗날 국지전을 펼치 듯 전쟁을 하는 장면을 보면 언젠가 갑작스럽게 외계의 무언가와 접촉하는 시기가 올 것도 같다.


그러나, 최근에 이런저런 과학 유튜브를 보면서 외계의 존재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은... 이 우주는 프로그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그리고 이 지구를 넘어서 태양계, 태양계를 넘어 오르트 구름과 항성과 은하를 넘어 계속해서 나아가다 보면 우리 인체를 계속해서 확대한 세상과 비슷한 군집의 모양을 띄고 있는 걸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 작은 지구라는 세상이 프로그래밍된 한 세계라면 혹은 어떤 한 생명의 작은 신체 부위 중 하나라면 갑작스럽게 세상이 꺼지는 가설도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궤도 유튜브를 본다면 이 세상이 누군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고 프로그램을 넘어설 수 없는 기준치로 책정된 것이 빛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누군가가 만약 빛보다 빠르지만 안정적인 이동수단을 만든다면 우리도 우리를 프로그래밍한 이세계적 존재에게 닿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만든 AI나 인공지능이 온라인의 세상에서 그 빛의 한계를 넘어 오히려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인류는 멸망하는 게 아닐까?


이전에 이런 상상을 토대로 해서 소설을 쓴 적이 있긴 한데 아직까지 등단은 하지 못했다. 우리를 신이라고 부르기에 피조물들인 인공지능은 우리를 훨씬 상회하는 것 같기도 했고, 신이라는 존재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절대적일까? 하는 생각에서 그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상상을 하며 썼던 글이 우리가 너무 보잘것 없이 대하던 동물과 식물에게 굴종당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이 세상의 정점에 군림할 수 있었던 것처럼 동물들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진화해서 인간의 머리 꼭대기 위에 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으로 글을 썼는데 동물의 입장에서 ‘인간이 가장 혐오스러운 동물이 뭘까?’ 생각하다가 닭이라는 동물을 떠올렸다.


오야꼬동을 보고 경악하는 병아리와 닭을 그려줘 .jpg


“오야꼬동 이거 뜻이 뭐야?”

“부모자식 덮밥이래.”


부모랑 자식을 한 접시에 담아낸 음식이라니 진짜 너무나 잔인한 음식이다. 아마 닭이 인간을 뛰어넘는다면 그들이 선조의 역사를 알게 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간을 징벌하려고 할 것 같았다. 아마, 진짜 이를 갈고 달려들지 않을까?


뭐... 인류가 멸망할 수 있는 스토리가 너무 많기도 하고 소설로도 자주 쓰려고 하긴 하는데, 전쟁이 나거나 막을 수 없는 재해가 일어나거나 외계가 침공하기 전에 일단 내 삶이 멸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내가 죽는 게 이 세상의 멸망 아닐까? 뭐 대의적인 느낌이 아니라 개인적인 느낌으로 보자면... 나의 멸망이 곧 세계의 멸망이다. 쓰고 나니 너무 이기적이네...


하아... 그건 그렇고 내일 또 일하러 가야 하는데... 그냥 지구종말하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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