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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시간에는 배가 고파...

배달앱을 켤까? 말까? 고민 중이십니까?

by 끄적끄적 Mar 24. 2025

 소울푸드라... 얼마나 맛있으면 음식 앞에 영혼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


 소울푸드의 뜻을 찾아보니 흑인들이 노예시절부터 먹었던 마음의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들이라고 한다. 맥엔치즈, 콘브레드, 치킨과 와플이 대표적인 소울푸드이며 한국으로 치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와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한다.


[ 영화 '그린북' 차량에서 치킨 먹는 장면 ]


 나에게 맞는 소울푸드라... 시기마다 소울푸드는 조금씩 달랐던 것 같다. 지금은 거의 없지만 어렸을 때 거리 곳곳에 있었던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팔던 떡볶이와 떡꼬치, 피카츄 돈가스가 가장 대표적인 소울푸드였던 것 같다.



“아줌마 컵떡볶이 하나 주세요.”

“500원.”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짤랑거리는 동전 하나에 헛헛한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그 컵떡볶이가 그리울 때가 있다. 떡볶이를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프랜차이즈화된 대형 떡볶이집들이 득세하는 요즘 그 추억의 500원짜리 컵떡볶이가 한 번씩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이모. 소시지빵이요.”

“500원이요.”


 이 소시지빵도 최근에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PC방이나 학교 매점에서 가장 인기 있던 메뉴가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소시지빵이었다. 지금은 거의 가지 않지만 그때는 게임이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교실보다 PC방에서 더 많이 살았던 것 같다. 게임을 하면서 라면을 먹거나 그럴 여유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LOL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랑 서든어택이 훨씬 더 인기가 많았었는데 나는 게임을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라 다른 걸 먹으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다. 그리고 소시지빵이 저렴하기도 하고 맛도 좋았다.



“근무 끝나고 육개장 하나 먹을까?”

“넵. 감사합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아마 그 맛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추운 겨울날. 툭하면 온도계가 고장 날 정도로 칼바람이 부는 밤에 야간근무를 마치고 생활관으로 들어오면 조용히 관물대에서 육개장 사발면을 꺼내 나트륨 가득한 국물을 한 입 마시면 그만한 맛이 없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고생한 뒤에 먹는 라면의 그 첫 입은 너무나 강렬했다. 자그마한 소금알갱이 입자가 혓바닥의 미뢰 하나하나에 침투하는 느낌. 추운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미친 맛 때문인 건지 근무 뒤에 먹는 라면은 정말 소름이 끼치는 듯 한 느낌이었다.


“국밥 먹으러 가자.”

“또 국밥이에요?”

“왜? 이만한 게 어디 있어?”

“하아... 네.”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 가장 많이 먹었던 게 순대국밥이었다. 우리 학교 주변에는 순대국밥 집이 정말 많았는데 모든 집들이 하나하나 다 맛있었다. 그래서 후배들이랑 술을 마시러 가면 1차에 순대국밥, 2차에 순대국밥, 3차에 24시간 순대국밥 집을 가며 순대국밥 투어를 몇 번 하기도 했다. 물론, 순대국밥 투어를 극혐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결이 맞는 친구들은 이만한 안주가 없다며 국밥에 대한 애정을 여과 없이 과시했다. 물론, 3차 때는 나도 지겨워서 냉면을 시켜 잘게 잘게 자른 뒤 안주로 퍼먹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모님. 여기 2명이요.”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먹은 점심메뉴를 고르라고 단연 제육이 아닐까 싶다. 맛없게 하기가 더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메뉴기도 하고 회사 근처에 있던 무한리필 백반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메뉴이기도 했다. 정말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싱싱한 상추쌈에 제육 한 점 올리고 생마늘에 쌈장을 푹 찍어서 크게 한쌈 하면 오전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는 것 같았다. 워낙 든든하기도 했고 자극적인 게 들어와서 눈이 좀 떠지는 느낌도 있었다.


“쿠폰은?”

“남아돌아.”


 최근에 외식값이 많이 오르고 한 끼 평균 가격이 만원에 가까워지는 시대가 오자 오히려 가성비 식단에 햄버거가 들어갔다. 버거킹이나 KFC에서 주는 할인쿠폰들 덕에 한 끼, 한 끼 가격을 아낄 수 있었다. 특히, 회사 근처에 버거킹이 있어서 햄버거는 정말 많이 먹은 것 같다. 다른 데에 비해 버거가 커서 든든하기도 하고 패티 맛이 좀 더 확실해서 많이 애정했다. 신제품은 너무 비싸서 거의 못 시켜 먹었지만 그래도 쿠폰들 덕분에 덩치 큰 와퍼들을 꽤나 많이 맛봤었다. 그것만으로도 꽤나 행복했었다. 줄줄 흐르는 육즙과 하얀 소금들이 알알이 보이는 감자튀김은 몸이 좀 망가진다고 할지라도 혀를 내밀기에 충분하 맛이었다.


“여기 짬뽕 4그릇이요.”


 이전에 제주도에서 한 달 정도 살았던 적이 있다. 서귀포 쪽에 일이 있어서 내려갔었는데 맛집들이 그렇게 많은 그 제주도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메뉴가 뭐냐고 묻는다면 탑 3중에 꼭 들어가는 음식이 바로 짬뽕이다. 돼지를 많이 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중문 쪽에 있는 ‘물질식육식당’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복국도 팔고 다른 메뉴도 판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메뉴는 짬뽕이었다. 큼직한 고기가 풍부하게 들어가 있고 묵직한 국물에 신선한 야채들이 한가득했던 그 짬뽕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서귀포에 들릴 일이 있으면 지금도 가서 한 그릇씩 짬뽕을 때리고 온다. 장담하는데 국물 한 입 집어넣는 순간 먹지도 않은 술이 해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야. 뭐 나와서까지 이걸 먹냐?”

“난 술 마실 때 이게 제일 좋은데.”

“하여간 아저씨 티를 못 벗어요.”


 이전에 살던 동네에 이런저런 찌개를 파는 ‘찌개’라는 음식점이 있었다. 손으로 찢어먹는 수제비에 라면사리까지 넣어서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물을 부어 넣으며 자글자글 끓여 먹던 그 찌개에 우리는 항상 소주를 들이부을 수밖에 없었다. 찌개 맛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말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정말 딱 거기서 거기인 찌개 맛이니까. 그런데 아마 그런 게 소울푸드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맛없게 조리하기 힘든 음식들에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음식들. 매일같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음식들. 그게 소울푸드의 조건이 아닌가 싶다.


“하아... 입맛 없는데 그냥 밥이나 비비자.”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죄다 때려 넣고 시뻘건 고추장에 참기름 떨어트려 무식하게 비벼 먹는 비빔밥.


“야. 뒤집어.”

“뭐래? 한 번만 뒤집는 거야.”



 구울 때마다 나름의 철학과 소신 때문에 매번 침 튀기는 설전을 펼치지만 한입 먹자마자 미간을 찌푸리고 감탄의 박수를 보내는 삼겹살.



“확실히 요즘 제철이긴 제철이다.”

“야. 그렇게 초장에 담가 먹을 거면 왜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사 먹냐?”


 초장인지 막장인지 간장인지 어종에 따라 가격에 따라 손질하는 방법에 따라먹는 종류도 가지각색이지만 어쨌든 자연스럽게 소주 한잔으로 귀결되는 회.



“시작했어?”

“어. 방금 시작했어.”


 축구를 보거나 올림픽을 보거나 롤을 보거나 할 때 특히 더 많이 땡기는 치킨까지. 사실, 소울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사실, 모든 음식들에 다들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고 저마다의 에피소드가 있으니 모든 음식이 다 소울푸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말 맛없어서 못 먹겠다 하는 음식은 빼고. 사실 못 먹는 음식이 거의 없지만 말이다.


“아... 말 존나 많네. 그래서 네 소울푸드가 뭐라고?”



 아... 그러게... 내게 있어서 소울푸드는 뭘까? 흠... 난 냉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딱 한 가지 뭘 먹고 싶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난 불고기에 평양냉면을 말할 것 같다. 차가운 온도, 가느다랗고 긴 하얀색 면. 깔끔하고 투명한 국물에 정갈하게 놓인 고명까지. 만약 음식을 의인화해서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내 이상형은 평양냉면이 아닐까 싶다. 평양냉면... 갑자기 땡기긴 하는데 요즘 너무 비싸지긴 했단 말이지. 좀 인간적인 가격의 평양냉면집 없나... 만약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추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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