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소설이 한 번 쓰고 싶어서...

3화까지만... 써봐야지...

by 심색필 SSF

김치찌개에 떨어진 꽃방울


Firefly A single yellow chrysanthemum is in full bloom in the center of a bubbling kimchi stew pot. .jpg


1-1


“스으으읍. 후우우우.”


40평 조금 넘는 널찍한 집 거실 중앙에 뿌연 구름 하나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4명이 살아도 남을만한 큰 집이지만 이 집에 거주하는 인원은 단 한 명이다. 큰 집에 어울리지 않는 자취필수형 가구들로 채워진 집안. 9만 원짜리 테이블에 개당 겨우 만원을 넘어가는 싸구려 접이식 의자. 사람 하나 겨우 누울 듯한 해지고 해진 매트리스. 배달음식의 잔재가 가득 쌓인 현관문 옆 재활용장에서 가지고 온듯한 얼룩진 소파. 그게 진현이 살아가는 공간을 채운 가구의 전부였다.


“스으으읍. 후우우우.”


TV도 없이 노트북 하나만 달랑 있는 테이블 앞에 앉아 뻑뻑 담배를 피우며 머리를 긁는 진현이다. 환하게 빛을 발산하는 모니터에는 응답 없는 커서만 깜빡일 뿐 그 어떤 문자도 감히 시작을 알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아...”


Firefly A plastic cup is piled high with cigarette butts, forming a large cactus-like structure. 469.jpg


화분도 하나 없고 장식품도 하나 없는 공허하고 텅 빈 집안. 이 집안에 유일하게 진현을 반겨주는 건 그의 스트레스만큼 높게 쌓인 담배꽁초 선인장 재떨이뿐이었다. 물론 진현은 한심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듯 한 선인장이 그리 반갑지 않았다.


-위이이이이잉.-


그러나, 그런 선인장보다 더 달갑지 않은 진동소리는 한참이나 진현을 괴롭혔다. 테이블을 통해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진동음이 한참을 울려 퍼지고 나서야 지현은 전화를 받아 들었다.


“여보세요.”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아... 그냥 뭐 좀 일 좀 하고 있었어.”

“글은 잘 써져?”

“아... 그럭저럭 쓰고 있어. 아직은 시간 좀 걸리긴 할 듯.”

“그래. 오래 걸리겠지.”

“어... 그래.”

“이진현.”

“왜?”

“내일 뭐 하냐?”

“내일 뭐 계속 작업하겠지.”

“그러면 내일 회사 한 번 들려라.”

“왜?”

“왜는 왜야? 오라면 오지.”


진현의 선배이자 제작사 대표인 중섭은 언제나 진현에게 일방적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진현은 언제나 그런 중섭의 강압적인 태도에 목줄 채워진 개처럼 여기저기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어휴... 대표님. 좀 적당히 하세요. 왜 이렇게 이감독님한테 박하게 대하세요?”

“박하게 대하기는. 친하니까 그런 거지.”

“아무리 그래도...”


중섭의 머리 뒤로 ‘골든플라워 프로덕션’이라는 글자와 함께 황금색 국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이름만으로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영화포스터들이 줄줄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런저런 트로피와 상들이 멋지게 전시되어 있었고 눈에 띄지 않는 곳 한 벽면에 진현이 찍은 영화포스터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감독님 이번에는 좀 괜찮은 글 가져오시겠죠?”

“괜찮기는. 뭐 그냥 그렇겠지. 되지도 않게 제작비 터지는 시나리오만 안 가져오면 좋겠다.”


Firefly A bearded Korean man in his mid-30s, wearing an orange jumpsuit, holds a trophy in one hand .jpg


진현은 중섭에게 있어서 아픈 손가락이자 계륵 같은 감독이었다. 꽤나 이름 있는 감독들을 배출한 중섭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진현은 골든플라워 프로덕션의 시작을 함께 했고 꽤나 성적이 좋은 영화들을 배출했지만 최근 영화들을 줄줄이 말아먹으며 중섭에게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있었다.


“이감독. 진짜 이거 괜찮겠어? 이거 잘못되면 우리도 타격이 커.”

“대표님 걱정 마세요. 제가 누굽니까?”


진현이 처음부터 이렇게 기가 죽어있던 건 아니었다. 그도 한 때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네. 이번 신인감독상은...”


-두구두구두구두구.-


Firefly _A spotted puppy wags its tail and licks its lips in front of a steaming hot bowl of radish..jpg


“영화 ‘뜨거운 무’의 이진현 감독입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


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한국 누아르 영화 역사에 새로운 도전이라고도 불리는 영화 ‘뜨거운 무’는 지금껏 없었던...”


사회자들이 그에 대한 극찬이 적힌 대본을 쉬지 않고 내뱉었다. 비록 신인상이지만 그의 등장은 영화계에 괴물이 등장했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후속작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진현이 만든 영화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열기가 식어가는 음식처럼 그 반응이 차가워졌다. ‘뜨거운 무’를 찍은 뒤 다섯 번째의 후속작인 ‘82번째 땅’은 찬밥신세 정도가 아니라 혹평과 악평에 종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뒤에도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조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감이 죽은 정도가 아니라 저 정도면 변사체 위에 버섯이 폈을 듯. 」

「 ‘뜨거운 무’에서 절정을 찍은 이진현. 언제까지 추락할 것인가? 」

「 변화가 필요한 영화계. 이대로는 안된다는 걸 보여준 ‘82번째 땅.’ 」


Firefly A bright red movie poster with the English words -The 82nd Land- is stuck on a brick wall, t.jpg


그의 영화를 향한 온갖 악평들에 진현의 자신감은 점점 고개를 떨구어갔다. 며칠 만에 대충 끄적거린 시나리오에도 온갖 투자자들이 달려들던 과거와 달리 몇 달을 고심하고, 몇 년을 투자한 글들에도 사람들의 마음은 이제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하아... 이감독. 요즘은 이런 장르 안 먹혀. 재미가 없잖아. 재미가...”

“이런 말 하기는 뭐 하지만 이제 투자자들이 이런 글에는 안 움직여. 지금 자네 이름 뒤에 붙은 말이 뭔 줄 아나? 초년성공의 저주야. 그런데 난 이감독 믿어. 우리가 함께 한 세월이 얼만가? 난 이감독이 꼭 다시 재기할 거라 믿어.”


한때 진현의 글을 숭배하다시피 떠받들던 투자자들은 이제 완전히 돌아서서 진현의 면전에 대고 웃는 얼굴로 무례를 끼치기 일쑤였다.


“저기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지금 장난쳐요?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말하지. 왜 인신공격을 하세요?”

“그런 뜻이 아니라요. 대표님.”

“그런 뜻이 아니기는. 지금 사람 면전에 대고...”


투자자와 함께 하는 미팅 자리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누구보다 먼저 화를 내는 중섭이었다. 그런 중섭의 다리를 치며 괜찮다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던 진현이었다. 그런 말을 하는 투자자들보다 그런 말을 듣게 된 자신의 모습이 더욱더 비참했던 그였다. 자신 때문에 성을 내는 중섭을 위해서도 더 열심히 글을 써보고자 했지만 괜찮은 글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중섭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진현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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