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는 싫지만 딸들이 있어 좋다.

엄마 눈에만 보이는 두 딸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

by 서와란

토요일 아침 식사 중에 큰딸이 친구들 만나러 가도 되냐고 한다. 둘째 딸은 친구들 만나지 말고 엄마랑 북카페 가서 책도 읽고 음료수도 먹자고 한다.

하지만 큰딸은 북카페는 싫다며 친구들을 만나러 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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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그럼 친구들이 북카페 가자고 하면 갈 거야?"

"어... 그럼 가겠지...^^"

왠지 모르게 가족이 아닌 친구를 선택하는 큰딸에게서 서운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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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마음도 비슷할 것 같아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하며 북카페로 걸어갔다.

음악과 적당한 소음은 책을 읽기에 적당했다.

음료를 마시며 재잘대다 어느 순간 책에 빠진 딸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가끔 단 둘이 이렇게 와서 책도 읽고 얘기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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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들어온다는 큰딸의 시간에 맞춰 저녁 준비를 했다.

메뉴는 삼겹살이다. 술을 가까이하지 않던 남편이 요즘 막걸리에 빠져서 반주로 막걸리를 찾는다. 삼겹살이 맛있게 구워졌을 때쯤 큰딸이 돌아왔다.

"고기 먹게 손만 씻고 와 밥 먹고 씻어."

큰딸이 후다닥 손을 씻고 와서는 야채도 옮기고 막걸리 잔도 옮기며 밥 먹을 준비를 돕는다.

"엄마,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선물은 지금 주면 안 돼요? 지금 줘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뭐길래? 그럼 지금 줘^^"

딸이 선물이라며 내민 건 막걸리 잔이다.

센스 있는 딸의 선물에 남편과 진심으로 좋아하며 웃었다.

"오늘 친구들하고 어버이날 선물 사려고 일부러 만난 거거든요. 친구들은 카네이션 꽃 사고 그랬는데 엄마, 아빠는 그런 거 싫어할 것 같아서 막걸리잔으로 골랐어요. 친구들이 막 웃었는데 이걸 더 좋아하실 것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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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사실 중학생 딸이 있지만 아직 어버이라는 호칭은 어색하다. 그런데 카네이션 꽃이며 장신구를 선물 받는다면 왠지 늙어버린 것 같아서 싫을 것 같다. 그리고 가족보다 친구들이 더 좋아진 것 같아 내심 서운해했던 게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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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센스 있는 큰딸과 언니가 그렇게 나오면 손편지만 쓴 나는 뭐가 되냐는 둘째가 있어 너무 행복하다. 어버이는 싫지만 딸들이 있다는 건 너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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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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