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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와란 May 10. 2023

의도치 않게 호사를 누리고 있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

가끔 내가 있는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있어봤자 숨만 막히고 하염없이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낼 것 같은 그런 순간의 공간이 있다.

.

오늘 아침 딱 그런 공간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무조건 나가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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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나와서 공원을 걸었다. 점점 숨이 트이는 게 느껴진다. 공원의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기분이 되살아 나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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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단 둘이 낫겠다 싶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 본다. 아쉽게도 하나같이 다 바쁘고 아프다.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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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덥다. 공원을 더 걷기엔 몸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 커피를 한잔 마셔야겠다. 신호등 건너편으로 대충 봐도 커피숍만 4개가 보인다.

'어디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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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기간이 다 되어가는  스벅 쿠폰이 생각났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달달한 조각케이크를 시켜서 가장 안쪽 구석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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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서 필통과 작은 노트를 꺼냈다. 가장 안쪽 구석을 찾은 이유다. 커피숍이 한눈에 다 보여서 그림 소재를 찾기 쉽고, 미흡한 내 그림에 신경 써줄 사람이 없는 공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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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운동을 하고 와서 한숨 자느라 이제야 톡을 봤다며 친한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의도치 않게 혼자서 호사를 누리고 있어. 언니가 아침에 자기 잘했어." 커피 사진과 함께 오랜만에 혼자 시간을 보내니 좋다는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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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며 호사를 누렸으니 다시 왔던 공간으로 돌아가야

겠다. 아침보다는 훨씬 덜 답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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