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텃밭 정리 후 배추 심기
김장 채소를 심기 위해 더위때문에 미루었던 텃밭을 가꾸어야 한다. 여름 내내 주인 없는 밭처럼 존재했던 텃밭은 드디어 깔끔하게 단장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장마가 끝이 나고 더운 날씨가 풀려갈 때쯤 김장채소를 심어야 하는데 8월 말에서 9월 초가 적당하다. 그래서 시간이 비는 8월과 9월 사이 주말에 시간을 쏟기로 했다.
여름 내내 간신히 수확만 하고 돌아왔던 터라 애써 무시하고 있던 텃밭이 이 정도로 풀이 자라 있을 줄 몰랐다. 물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하고 있던 것이다. 잡초는 어린잎을 꾸준히 제거해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첫 해를 보내고 난 후 알게 되었다. 잡초들은 날이 추워지면 기세가 약해진다는 것. 아무리 뿌릴 뽑아도 다시 돋아나는 게 잡초다 보니 적당히 베어내기로 한다.
밭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6시. 9시만 되도 뜨거워서 6시쯤에는 나와서 정리해주어야 한다. 도착한 밭을 여러 번 눈을 비비고 다시 밭을 봐도 참 놀랍다. 길어도 고작 한 달도 안 되는데 이렇게 손길이 조금만 닿지 않아도 이렇게 풀이 자란다.
8월의 마지막 달 주말의 목표는 심을 밭을 확보하고 김장 채소를 심는 것! 배추, 무, 순무, 파를 심는 것이다. 그러면 올해 심어야 할 남은 작물 중에서도 중요한 작물은 끝났다. 마지막 더위에 조금만 버티면 휴식이 찾아오니 힘을 더 내보기로 한다.
무, 순무는 작년에 씨만 뿌려놔도 알아서 잘 자라 큰 걱정은 없었다. 빨리 키워서 먹고 싶으면 모종을 키우면 되고 때에 맞춰 먹고 싶다면 무와 순무는 씨를 뿌리면 된다. 또, 파는 월동까지 하는 작물이라 키우는 초반에 물을 너무 줘서 무르게만 키우지만 않으면 쉽게 키울 수 있는 작물이다. 그러나 김장의 메인인 배추는 키우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배추 밭 만들고 심기
step.1 여름 내내 왕성히 자란 풀을 걷어내고 배추 심을 자리 확보하기
배추 밭은 우리 밭 쪽 가장 안에 위치할 예정이다. 땅을 뒤덮던 풀을 차근차근 걷어내기 시작했다. 뽑기보단 낫으로 베어내는 느낌이다. 어차피 곧 추워지면 자라지 않을 테니 무리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많은 양은 베어내는 것도 힘들다. 그래도 여름 내내 덥다는 이유로 외면했으니 배추밭을 확보하려면 이 정도 고생은 해야지. 8월 말이 되니 작업은 훨씬 수월해졌다. 이른 아침도 더웠던 여름과는 확실히 다르다.
step.2 밭을 곱게 갈고 비료를 든든히, 물도 듬뿍 그리고 멀칭 하기
똘똘 뭉쳐있는 흙을 농기구를 이용해 포슬포슬 잘 풀어주었다. 아주 작들 돌들이 흙에 섞여있는 건 땅에 공간을 만들어주어 물 빠짐에 좋은 역할을 하나 커다란 돌은 뿌리를 내리는데 방해가 될 수 있기에 골라서 뺐다. 그리고 배추에 좋은 비료를 든든하게 밭땅 뿌린 후 물을 잔뜩 주고 멀칭을 했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해가 완전히 뜨고 나서야 작업을 마쳤다.
step.3 배추 모종 사기 (상추는 덤)
배추 모종을 기를 수도 있었지만 게으름을 피운 초보 농부인 나는 모종을 샀다. 참 편한 세상이다. 그래서 농사짓는 것 정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다음 해엔 모종을 배추 모종도 키워보는 도전을 해보기로 다짐하고 2만 원 미만의 돈을 지불하고 배추 모종과 가을 내 먹을 상추들을 샀다.
step.4 해가 지기 직전에 배추 모종을 심기
해가 너무 쨍쨍한 때에 배추를 심고 물을 주면 잎이 타버린다. 그리고 배추는 너무 더우면 금방 시들어서 8월 말에도 더운 요즘엔 해가지기 직전인 오후에 심어주는 것이 낫다. 멀칭에 30~40cm 간격(배추가 크게 자라기 때문)으로 구멍을 내고 배추 모종을 심어준다. 멀칭에 심을 때 포인트는 잎이 멀칭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게 흙을 주변에 잘 덮어주는 것이다. 멀칭이 한낮에 햇빛을 받으면 뜨거워져 잎이 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지식은 여기저기서 듣고 찾게 된 정보들이다. 심고 나면 잎에 물이 닿지 않게 흙에 물을 준다. 그러면 배추는 완료!
step.5 한랭사 설치는 옵션!
땅벌레 비료를 함께 뿌리고 심었긴 해도 우리 텃밭에는 날아다니고 뛰어다니는 벌레들이 많아서 한랭사를 설치했다. 구멍이 작게 뚫려있어 물을 주기에도 편하고 벌레들이 배추에 드나들지 못하게 막아주니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하며 설치했다. 작년에도 한랭사를 설치했었는데 덕을 좀 보았기에 올해도 설치했다.
step.6 배추님이 적당히 클 때까지는 새벽에 출근
배추값이 너무 올라 작년에 김장채소 기르기에 도전하고 성공해서 올해도 도전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김장을 위해서는 배추님을 극진히 모셔야 한다. 적당히 크기가 자랄 때까지는 새벽마다 밭에 출근해 물을 주고 확인하기로 했다. 9월 초는 바람도 많이 선선해졌고 해도 조금 늦게 뜬다. 계절이 바뀌어감을 실감할 수 있는 새벽이다.
김장의 가장 메인이 되는 채소인 배추를 심기를 끝냈다. 올해는 더워서 지나가시던 농사 베테랑 동네어르신들도 여러 번 배추가 죽어서 몇 번이나 모종을 다시 심으셨다고 한다. 그리고는 한낮에 심으면 다 죽는다고 당부하셨다. 안 그래도 배추는 키우는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데 심는 날이며 날씨까지 더워져 더 어려워진 듯하다. 고작 배추 농사는 2년 차인 초보가 배추를 알차게 잘 키워낸다는 건 큰 도전이다. 해충의 피해를 적게, 알찬 배추를 키우기는 어렵지만 심는 것만큼은 정성을 들여 심었다. 이제 자주 들여다보는 부지런한 농부의 역할만이 남았다.
사진, 글 : 시골힙스터
[시골힙스터]
"태어난 곳은 시골, 내 꿈은 힙스터"
시골의 일상을 그리고 담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삶과 마음이 따르는 행복을 실천하는 진정한 힙스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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