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텃밭_3月_첫 번째
씨, 씨를 뿌리고 꼭꼭 물을 주었죠
겨울이 춥기에 씨앗들이 강하고 단단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3월이 되자마자 그렇게 기특한 씨앗들을 구매하러 종묘상에 갔다. 씨앗 쇼핑은 난생처음이다. 원하는 씨들을 사고 구하지 못한 나머지는 인터넷에서 주문하기로 했다. 키워볼 허브와 꽃들은 총 21가지다. 초보치곤 참 욕심도 많다.
앞서는 마음과는 달리 밭은 아직이다. 언 땅이 녹기를 기다리다 보니 진도가 조금 더디다. 그래서 직접 밭에 씨를 뿌리는 ‘직파’가 아닌 어린 모종을 미리 길러내는 ‘육묘파종’을 시도하기로 했다. 미리 싹을 틔워둘 심상이다.
육묘파종을 위해서는 넉넉한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다락방 한쪽을 비우기로 했다. 또 최대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며 텃밭을 꾸며보겠다는 초심을 이어, 집에서 나온 과일 상자, 계란판 등을 재활용해 모종트레이로 사용해보려 한다. 괜히 베테랑 농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현실은 씨를 뿌리는 것도, 싹을 틔우는 기다림도 인생에서 처음이라 무척 설레는 왕초보 농부지만 말이다.
지난달 텃밭에 관한 책을 읽으며, 씨앗은 ‘종자’, 씨를 세는 단위는 ‘립’, 종자의 종류는 ‘광발아종자’와 ‘암발아종자’와 같은 간단한 용어들을 익혔다. ‘광발아종자’는 빛이 있어야 발아하는 종자인데 주로 크기가 무척 작은 미립성 종자가 주를 이루고 그 반대가 ‘암발아종자’이다. 올바르게 발아하기 위해선 종자의 종류에 맞게 파종해야 한다. 준비한 허브 씨앗들 대부분이 광발아종자로 씨앗의 크기가 무척 작다. 이런 씨앗들은 파종 후 완전히 흙을 덮으면 싹을 트기 어렵다기에 흙 위에 그냥 뿌리거나 흙을 덮는 둥 마는 둥 해야 한다.
조심스레 배양토를 트레이에 적당량을 담아 파종 후 분무기로 아침저녁으로 촉촉하게 뿌렸다. 2-3일이 지나자 빠르게 발아한 것들도 있고 보통은 일주일 이내에 발아했다. 작은 새싹을 마주한 첫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저렇게 작은 점에서 하나의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 새싹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고선 이유 모를 책임감이 생긴다. 이것이 농부의 마음일까?
Tip!
• 파종 시 : 광발아종자(보통은 아주 작은 씨앗)는 파종 시 흙을 덮는 둥 마는 둥 혹은 씨를 흙 위에 뿌려도 좋다.
• 물 주기 : 얇고 섬세하게 골고루 뿌려주는 물뿌리개 혹은 분무기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싹싹 싹이 났어요, 또또 물을 주었죠
싹이 나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충분한 햇빛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때 햇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 두면 싹이 웃자란다.
'웃자란다'는 것은 적당한 속도의 성장이 아닌 약한 상태로 쓸데없이 자라는 것이다. 보통 잎이 크지는 않고 위로 길고 얇게 자란다. 이유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조건 때문이다.
싹이 튼 때는 충분한 빛을 받아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만약 빛이 부족하다면 땅 속에 있다고 착각하는 싹들이 햇빛을 찾기 위해 위로 또 위로 자라나게 되고, 더 이상 지지할만한 흙이 부족하면 맥없이 쓰러지게 된다.
겉핥기식으로 농사를 배운 나는 그것이 웃자라는 것인지도 모르고 길게 쑥쑥 큰다고 좋아라 했다. 그러다 싹들이 옆으로 자꾸 쓰러지자 문제 있음을 그제야 알게 됐다.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잎이 답답해하지 않을 정도까지 흙을 보충하고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오전 시간대에 빛이 잘 드는 곳이라면 좋다. 또 너무 차갑지 않은 바람이 분다면 더 좋다. 식물은 빛과 물도 중요하지만 바람도 있어야 잘 자라기 때문이다.
다행히 3월의 빛은 따뜻하고 온도도 많이 올라 한낮엔 잠깐 창문도 열어 바람을 쐬기에도 좋았다.
가엾은 나의 모든 새싹들은 모두 웃자란 후에야 햇빛이 있는 창가로 옮겨졌지만, 충분한 빛과 바람을 받은 싹들은 곧 점점 단단하게 잎도 커졌고 비로소 진정한 성장을 하게 됐다.
Tip!
• 싹이 났을 때 : 적당한 햇빛과 바람이 있는 곳으로 옮긴다. (너무 강한 햇빛과 추운 바람은 no!)
• 싹이 웃자랐을 때 : 잎이 답답해하지 않을 정도로 흙을 채워 새싹이 쓰러지지 않게 해 준다. 그리고 빛이 잘드는 곳으로 옮긴다.
3월 초, 나의 작은 실수는 큰 배움으로 되돌아왔고 텅 비었던 흙빛 트레이는 점차 초록빛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점차 땅은 녹고 야외에서 몸을 움직이기에 편해졌다.
텃밭 첫해의 봄, 직접 길러낸 어린 모종들의 새 거처를 만드는 데에 더 부지런해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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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힙스터]
"태어난 곳은 시골, 내 꿈은 힙스터"
시골의 일상을 그리고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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