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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고 당당한 예고편]

한 주를 제낄 용기

by Siho

9월 30일에 영국에 왔으니 정확히 5개월 정도가 흘렀다.


거의 반 년을 랭커스터에 살았으니 이제는 랭커스터의 시차에 적응 정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떠들썩하게 보내지 않고 몇몇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 잔잔히 우리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새로운 곳에 와서 새로운 사람들과 시간을 채워나간 우리의 생활에 대해서. 전혀 새로운 컨셉의 생일파티였다.


느끼고. 먹고, 본 것들은 (충분히) 많이 기록했었으니 오늘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바르게 앉아서 현재까지 얻은 것들과 잃은 것들? 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분명히 얻은 것들이 많을테지만, 잃은 것들-아니, 잃은 것들이라기 보다는 여기에 와 있어서 놓친 것들에 대해서도 돌아보고자 한다.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알고 있어야 다시 거둬 들일 수 있지 않을까.

머지 않은 미래에.


얻은 것들- 시간의 조절, 나에 대해 더 잘 알기, 의존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는 방법, 편견을 가지지 않기...

놓친 것- (당연하게도) 한국에서의 수입, 수업, 전시 기회... 등등


그런데 막상 책상에 앉아보니 하루만에 이걸 쉽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저 단어들로 나열하기엔 이 돌아봄의 시간은 매우 귀하고, 어쩌면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가는데에 방향성 마저 정해줄 지 모르기에 나는 나에게 이 시간을 조금 더 허락하기로 했다.


혹시 또 모르잖아. 나중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지도.


그래서 굉장히 담담하고 또 당당하게, (하지만 조금은 죄송하게)

한 주는 쉬어 간다.




이렇게 한 번에 몰아서 말고 조금 더 자주 나에게 시간을 내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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