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털조끼 할배요
설탕물 카페는 성업이었다. 비록 처음의 취지와는 달리 헌팅 포차로 전락한 것 같았지만(?).
알고 보니 메이팅이 아니라 그냥 다툼이었다고… (위피셜- 위키피디아 피셜)
나는 ‘이만하면 벌들을 위해 꽤나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셈 아닌가’ 하고 의기충천했다. 뭔가 또 할 일이 없을까 두리번두리번거리며 귀가하던 중,
역시 뭐를 찾으면 뭐만 보인다고 땅에 납작하게 엎드린 커다란 호박벌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죽었나??
나뭇가지로 살살 건드려 보았는데 살짝 걸어간다. 밟히거나 한 건 아닌 듯하나 날지도 못하는 것 같다.
아, 기력이 없어서 힘이 빠졌구나. 그렇다면 설탕물 조치가 필요할 시점이다. 나는 오이가 들어있던 작은 봉투를 비우고 호박벌을 담았다.
가자 가자 우리 집으로-
나는 작은 통에 벌을 조심스레 떨어트리고 설탕물을 두 방울 정도 떨구어 주었다. 약간 경계하는 듯싶더니 이내 머금는 듯 배가 작게 꿀렁거렸다. 먹을 힘이나 있는 걸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버티는 이 호박벌은 크기로 보나 움직임으로 보나 영감님이 틀림없었다. 동작도 느리고 다소 노쇠한 느낌이었다.
몇 분 정도가 흘렀을까? 조금 더 먹으려냐고 물어보는데 미약하나마 날개를 부우웅- 하면서 잠시 날아서 내가 올려둔 나뭇가지에 앉는 게 아닌가?
아, 힘이 났구나! 죽을 줄로만 알았는데, 순간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마저 찔끔 났다. 그래, 할 수 있어! 살 수 있어!
털 조끼를 입은 호박벌 할아버지는 여기저기 더듬거리며 쉴 곳을 찾는 듯했다. 나는 내심 기뻤다.
툭 툭 투투투 툭
갑자기 빗방울이 쏟아졌다. 어쩌지?
연로하신 몸에 감기라도 걸리거나 하면 곤란한데.
나는 작은 박스를 하나 찢어와서 안으로 인도했다. 벽에 매달려 쌔액 쌔액. 할배는 잘 쉬고 계신 듯 보였다. 나는 안심하고 방으로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비가 그쳤길래 다시금 할아버지가 궁금해졌다. 정원에 나와 박스를 열어보니 아직도 그대로 벽에 매달린 채였다. 휴. 다행이다.
그런데 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걸까. 벽에 매달린 모습이 매우 불편해 보이는…?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모습.
나는 혹시나 싶어 박스를 살짝 흔들었고 그때
툭.
하고
이미 굳어버린 할아버지 호박벌이 흙 위로 떨어졌다.
아…
가셨구나. 아까 그게, 그 몸짓이 마지막 안간힘이었구나. 마지막 누울 곳을 찾던 거였구나.
조금은 예상했지만
예상했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을 순 없었다.
내가 괜히 가는 시간을 부추긴 게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죽음보다야 조금은 편안히 떠나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세차고 무섭게 바닥에 내리꽃혔다.
나는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거세게 내리는 창 밖의 비를 보면서 나는 차를 끓일 물을 올렸다.
삶에서 죽음까지는 얼마나 먼 걸까
맹물 두세 모금만큼 일까
나뭇가지 딱 네 마디만큼 일까
흔들면 툭 떨어질 만치 우리는
가까스로 매달려 있을 뿐인 걸까
하늘을 올려다본 눈망울 그대로 천천히
그렇게 굳어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