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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Nov 24. 2023

두드러기는 얼음의 두께만큼 깊다

-몽골 용링암

아무리 파내어도 모래뿐인 모래 산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양으로 피고 질까요. 거센 바람 또한 어떻게 견디며 시간을 낚을까요. 고비사막의 일몰 그 아름다움의 시작과 끝은 어디쯤에 머물러 있을까요. 몸은 게르 안에 있는데 생각은 너무 멀리 가고 있습니다.   

   

  사막에서 모래 꽃을 보았다면 모래 산 오르는 사람들 총천연색의 옷 색깔과 사족보행하며 꾸물거리는 모습이 멀리서 보면 꽃들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으로 보이겠지요. 몸은 어제 홍고린 엘스 사구를 뒹굴다 온 흔적으로 가득합니다. 가려움을 견딜 수 있게 한 그 순간은 잠깐일 뿐 고통의 견딤은 통증이 됩니다. 근육 이완제 복용으로 근육통 없는 대신 붉고 진한 두드러기 꽃 피었습니다.     

 


  해를 따라 사구들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처럼 내 몸도 시간 따라 돌고 돌며 붉은 꽃밭으로 환해지고 있습니다. 이시백 작가는『당신에게, 몽골』에서  몽골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똥별로 전신타박상을 가슴엔 내상을 입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별똥별의 타박상 대신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에 깡과 의지로 모래 사구를 뒹굴다 온 내 몸은 두드러기 꽃나무입니다. 고비선물이 너무 크지만 견디어야만 하는 몸은, 내일의 내일이 되겠지요.   

 

     ‘고비 디스커버리 게르 캠프’ 주변 태양열에 달구어진 모래 혈로 발바닥 화상을 입어도 좋을 길 없는 사막을 걸어봅니다. 고비에서는 가지 말아야 할 길 없으며 가야 할 길도 없다 하지요.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서 나만의 길을 만듭니다. 없는 길 만들어가는 인생길과 닮아서 물음표가 많은 삶을 되돌아보니 뜨거운 열기가 가슴을 후비고 머리를 짓누릅니다. 대평원의 여유 혹은 쉼을 가장한 지나온 길들이 목을 죄여 숙소로 돌아오고 맙니다.     


  잠시 쉬어갈 그늘 하나 없는 대평원 그 어디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먹는 점심 ‘마라 훠궈’의  매운맛은 초원에 물드는 빨강의 꽃 대신 위장 속에서 활활 타오릅니다. 평원, 거대한 푸른 도화지에 게르 한 채 작은 동그라미로 그 안 스타렉스 검은 점으로 찍힌 정오입니다.   

   

  흙먼지 날리며 구불구불 산길 달려온 욜링암 입구 주차장은 외국 관광객보다 한국 관광객이 더 많아 보입니다. 고비사막 모래톱 정상에서 한국어 우리들만 잔치로 풍성하였던 어제였지요.


 

 

사이항 산 고개에 있는 거대한 협곡 욜링암. 고비의 태양열은 우리의 열정만큼 뜨겁습니다. 새의 부리처럼 날카롭게 패인 계곡은 1년 내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다고 하는데 지구 온난화일까요 얼음이 많이 녹아 흐르는 여기. 뜨겁게 불타고 있는 온몸을 계곡물에 담가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려움의 통증은 수그러들지 않겠지만 경계너머의 경계에는 잠깐의 고요가 머물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기대 사이에 경계가 또 있겠지요.  


 특별 조류 보존지역으로 수염수리를 비롯한 희귀 조류와 야생염소 등 보호동물의 보고지인 욜링암을 뒤로 끝없이 흙먼지 날리며 자동차 바퀴는 굴러가고, 바람이 지나가며 말발굽소리 말 울음소리 환청으로 들리는 대평원을 아무리 달려도 보이지 않는 시의 길. 아지랑이처럼 아롱지다 사라지는 시의 길. 시가 나를 알아만 준다면 오늘의 숙소 게르 ‘고비 노매드 랏지’ 캠프가 보이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 그런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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