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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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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Aug 25. 2021

쉼, 해설픈 풍경 속

-옥천여행1일 차

     

혼자 하는 여행은 기억으로 머물지만 친구랑 함께 가는 여행은 추억으로 남는다. 늘 혼자였던 방랑이자 방황 길에 가끔은 기억에 남기도 하는 여행지도 있지만 기억에 없는 여행지도 많다. 그러나 오늘은 혼자가 아닌 순미 친구와 함께 하는 길. 오래도록 깨물어도 아니 깨물수록 고소하고 달콤한 추억을 요리하러 간다.      


1917년 군청이 경부선 철도가 통과하는 옥천읍 삼양리로 이전하면서 조선시대 옥천군 관아가 있던 옛 시가지는 구읍이 됐다. 옥천은 삼국시대 고시산군, 통일신라 경덕왕 때 상주 관성군, 고려 충선왕 때 옥주, 조선 태종 때 옥천으로 명명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충청북도 기념물 123호로 지정된 육영수 생가는 태어나서 결혼 전까지 살았던 곳이다. 대문을 들어서자 정면 5칸의 사랑채가 보였다. 툇마루를 배경으로 환하게 열린 3칸 대청과 문창살에 갇힌 2칸의 온돌, 사랑채와 마주한 아담한 돌담 아래 비에 젖은 맨드라미가 여름을 식히고 있었다.    

    




육영수 생가

충청북도 기념물 123호로 지정된 생가는 태어나서 결혼 전까지 살았던 곳. 대문을 들어서자 정면 5칸의 사랑채가 반긴다. 툇마루를 배경으로 환하게 열린 3칸의 대청과 문창살에 갇힌 2칸의 온돌. 사랑채와 마주한 아담한 돌담 아래 비에 젖은 맨드라미 여름을 식히고 있다.      

   

안채 지붕에서 쏟아내고 있는 낙숫물 소리에 내면 휴식의 시간인 잠깐 멍 때리기를 했다. 텅 비어 있을 뒤주 안에 우리 우정 가득 채워놓고 연자방아는 서로의 눈빛으로 마음 방아 찧으며 나왔다.


 

   




지난달에 다녀온 제주향교와는 또 다른 모습의 옥천향교였다. 명륜당 들어서니 푸른 잔디 위로 내삼문이 세 곳의 계단에 각각 나뉘어져 있다. 서무와 대성전과 동무의 모습이 궁금하여 담장너머로 고개 내밀어도 보이지 않는다. 비에 젖어 반짝이는 거미줄에 걸린 머리카락만 한 가닥 심어두고 돌아섰다.


사마소란 16세기 초 훈구파들의 유향소 장악에 대한 반발로 사마시 출신 젊은 유림들이 향권을 주도하기 위해 세운 학문ㆍ교육기관으로 옥주사마소(옥천), 청안사마소(괴산), 경주사마소(경주) 3곳만 남아 있다고 한다. 앞면 5칸·옆면 2칸에 넓은 툇마루에 맞배지붕을 뚫고 유림들 논쟁이 펼쳐지고 있는 조선 후기의 시간 속으로 잠시 들어갔다.








교동저수지는 가을보다 낙엽이 먼저 나와 데크 길을 수놓고 있었다. 수령 깊은 벚나무 가지들은 저수지를 향해 몸 구부리고 멀리 산등성이를 넘는 구름 옷 벗을 듯 가랑가랑, 우리들의 발걸음도 말랑말랑, 나뭇가지 수런수런, 교동저수지 둘레 길은 매일매일 사람들이 계절을 읽고 쓰며 지나갈 것이다. 우리의 오늘처럼. 

     

걷던 길 잠시 멈추고 들어간 ‘카페 모해’는 이국적인 장식품으로 실내를 꾸미고 있었다. 유리창에 캘리그래피로 테이핑을 해놓은 “참 좋은 당신을 만나 오늘도 행복합니다.”을 인용해 “참 좋은 친구와 옥천여행 지금 행복입니다.”서로 주거니 받거니 카페를 나왔다.      


    



교동생태습지는 정지용 시 「호수」를 연상케 하는 보일 듯 말 듯 수풀에 우거져 있었다. 조형물을 지나 지용문학공원에 올랐다. 구름은 지나가는 중 투명하지 않지만 비 갠 하늘 풀잎에 맺힌 물방울 발목을 간질이며 한적한 공원의 오후가 천천히 익어간다. 

      

잔디마당 지나 이팝나무 산책로 에돌아 타일 위에 그려진 ‘시인의 가벽’에서 시인의 일대기를 읽었다. 산책로 따라 걷다 만난 조지훈 「승무」와 악수하고, 윤동주의 「서시」를 지나,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를 거쳐 정지용의 「고향」이 있었다.      


소소하게 만나는 13개 시비의 문을 열고 들어가 두리번거리며, 그 속에 무엇을 담아올까 하다 시어가 쉽게 다가오지 않아 시 한 편 아니, 한 줄 시도 쓰지 못하고 있는 요즘의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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