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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Apr 14. 2020

오이 피클을 담그며

오이 한 봉지를 사면 마음이 그득해집니다


때로는 쓸쓸하고

한바탕 소동을 겪은 것처럼

때로는 무력한 날


파랗고

싱싱한 오이를 사서

집으로 간다


단단한 오이를 또각또각 잘라

속이 보이는 유리병에 켜켜이 넣고

아주 시고 약간은 단,

뜨거운 촛물을 붓는다


그리고는

봄날 새순 같던 초록의 오이

색이 변하는 걸 본다


며칠만 지나면 오이는

적당히 시고 적당히 달콤한 피클이 되어갈 테지


물컹한 나의 심장도

적당히 아삭거리며 약간은 달콤해지겠지


속이 보이는 투명한 유리병 안

묵묵히 이기는 오이를 보는 일은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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